내년 1월 1일부터 소·돼지에 대해 실시하던 축산물이력제를 닭·오리·계란까지 확대해 시행한다.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이지만 업계에서는 무리한 제도 시행을 두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축산물이력제는 2008년 국내산 소부터 도입했다. 이어 2010년 수입산 쇠고기, 2014년 국내산 돼지, 지난해 수입산 돼지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왔다.
이 같은 축산물이력제를 통해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가축방역과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가 높아진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이에 내년부터는 닭과 오리, 계란에 대해서도 확대 적용한다.
이력제 확대 적용에 따라 먼저 농장경영자는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농장식별번호를 신청해 등록해야 한다. 또 농장경영자나 가축거래상인이 닭과 오리를 이동할 경우 5일 이내에 축평원에 이동 신고를 하고, 이동신고서, 거래명세서 등에 농장식별번호를 표시해야 한다. 아울러 농장경영자는 매월 말일 사육현황을 신고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도축 단계에서도 도축업자는 이력번호를 포장지에 표시하고 도축 결과, 거래 내역을 모두 신고해야 한다. 계란도 마찬가지다. 포장과 판매에서도 포장처리 결과나 판매점 등과 거래 내역을 모두 신고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닭·오리·계란 이력제가 시행되면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이 강화되고, 효율적인 방역관리와 수급관리 등 정책적 활용도 강화될 것”이라며 “축산농가와 도축·포장·판매업체 등 이력제 의무 준수 대상자들은 현장에서 이력제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을 두고 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닭과 오리는 소·돼지와 달리 십만, 백만 단위로 움직이고, 품목과 단계도 다양해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육계는 종류나 크기 등에 따라 종류가 많고, 한꺼번에 들어오는 물량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계란 역시 이미 껍질에 농장고유번호와 사육환경번호가 표시돼 있어 이중규제라고 반발한다. 거래 농장이나 품목도 다양하고, 납품업체도 수십 개에 달해 이력번호가 수백 개 이상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결국 이력제를 위한 추가 인력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미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쳤고,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현장의 문제점을 보완해 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내년 1월 1일부터는 학교 등 집단급식소, 대규모(700㎡ 이상) 식품접객업자 및 통신판매업자의 경우 메뉴표시판 등에 국내산이력축산물의 이력번호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