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며 건설사들의 ‘러브콜’을 한몸에 받았던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이 ‘계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과도한 수주 경쟁 논란으로 재개발 사업이 시공사 선정부터 원점으로 돌아간 데다 향후 재입찰 과정 역시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여기에 정부가 기습 발표한 ‘12ㆍ16 부동산 대책’도 향후 사업 진행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은 27일 대의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대의원회에서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중단 및 재입찰 의견의 건 △임시총회 개최 연기의 건 등 2가지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대의원회에서 이사회의 가결 내용인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중단 및 재입찰 의견의 건이 수용되면 조합 측은 내년 1월 입찰공고를 내고, 2월 시공사 현장설명회를 개최한 뒤 4월에는 시공사 입찰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늦어도 5월 중순에는 시공사 선정총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입찰에 참여했던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기존 3사는 재입찰에 나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은 최근 한남3구역 조합원들에게 “GS건설은 한남3구역을 대한민국 최고의 아파트로 만들겠다는 변함없는 의지로 다시 입찰할 것”이라며 재입찰 의사를 가장 먼저 드러내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재입찰 여부를 밝힌 것은 아니나 현대건설과 대림산업도 재입찰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수주전을 달궜던 기존 3사가 재입찰을 결정했으나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질 수주전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 이들 건설사가 앞다퉈 내놓았던 혁신설계 제안과 다소 파격적이기까지 했던 경제적 편익 보장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조합원들의 눈은 한껏 높아져 있는 상태다. 이에 재입찰이 결정됐음에도 이들 조합원들은 탄원서 제출과 1인 시위에까지 나서며 ‘수정 입찰’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기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건설사들이 참여를 꺼리는 이유로도 작용하고 있다. 가뜩이나 기존 입찰 3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혁신설계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이들을 앞서기는 쉽지 않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수년 전부터 물밑 작업을 펼치며 조합원들을 잡기 위한 치열한 전쟁을 벌인다”며 “이미 한 차례 입찰 전쟁을 치른 사업장에 들어가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한남3구역이 가진 상징성을 고려하면 이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한강변 노른자 땅인 데다 한남뉴타운 5개 구역 가운데 가장 면적이 넓고, 사업도 가장 먼저 추진하는 곳이다. 이곳을 선점할 경우 나머지 구역까지 공사를 따 낼 가능성도 크다.
때문에 한남3구역은 높은 건폐율(42.09%)과 층수 제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사업성 자체는 낮다는 평가를 받았는데도 건설사들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한남3구역에 쏠린 이목이 부담스러운 일부 건설사들은 컨소시엄 참여를 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남3구역에 단독으로 들어가기에는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며 “워낙 대규모 사업인 데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도 집중된 만큼 컨소시엄으로 리스크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남3구역 조합원들은 컨소시엄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컨소시엄 불가’ 조항을 추가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12ㆍ16 대책’도 부담이다. 대출 규제에 이주비까지 포함하는 등 정비사업 시장을 옥죄는 초고강도 규제에 사업 진행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남3구역 한 조합원은 “한남3구역의 경우 분양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상황이어서 현 정권의 부동산 대책의 영향을 언제까지 받을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정부의 강력한 규제 강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공사가 선정되고 설계안이 확정되면 아파트의 질이 떨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