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PPL광고(product placement advertisement·협찬을 대가로 브랜드를 노출하는 광고)가 미디어커머스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제품을 방송 프로그램에 노출시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면 최근에는 스토리를 입혀 주목도를 높임으로써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 대세다.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별다른 마케팅 없이 방송 콘텐츠 하나만으로 충분한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데다 한류 영향으로 해외 진출까지 노릴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편의점 CU(씨유)는 제작 지원한 KBS 예능 프로그램 ‘신상출시 편스토랑(이하 편스토랑)’의 첫 번째 우승 상품인 ‘마장면’을 20일 컵라면으로 출시한다고 18일 밝혔다. ‘편스토랑’은 국산 식재료를 주제로 6명의 연예인이 요리 대결을 펼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장소 협찬 등에서 벗어나 CU가 직접 제작을 지원하고 상품 출시까지 맡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마장면’은 개그맨 이경규 씨의 비법 레시피로 만들어진 상품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 대란을 일으켰다. 입소문이 흥행으로 이어지며 마장면(생면)은 출시 첫날인 지난달 16일 판매량 5만 개를 돌파해 식품으로는 CU의 역대 최다 하루 판매량을 갈아치웠다.
다만, CU는 생면의 재료인 팔방미의 재료 수급이 어려워 우리밀을 사용한 유탕 컵라면으로 재출시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이달 초 내놓은 2탄 ‘돈스파이’도 앱 선판매에서 매진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CU 관계자는 “제작 비용에 비해 효과가 더 크다”면서 “프로그램에 나온 제품을 계속해서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슈가 된 못난이 감자 역시 미디어커머스 효과로 대박이 났다. SBS 예능프로그램 ‘맛남의 광장’에서 요리 전문가인 백종원 씨는 강원도 감자 농가에서 버려지는 ‘못난이 감자’ 판매를 위해 동분서주했고, 이에 이마트를 운영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상품성이 떨어지는 감자 30톤의 매입을 제안한 것. 이마트는 이 프로그램의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이어 방송 다음 날부터 이마트와 SSG닷컴은 못난이 감자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온라인과 매장 내에는 ‘맛남의 광장’ 방송을 계기로 판매하게 됐다는 안내 문구도 부착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일반 감자 가격의 4분의 1 수준인 ‘1봉(900g) 78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방송에 따른 홍보 효과까지 겹쳐 첫날부터 SSG닷컴의 실시간 급상승 트렌드 1위에 오르더니 이틀 만에 완판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농가를 살리자는 좋은 취지로 진행된 일”이라면서 “앞으로도 지역 특산물 등의 판로 확대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커머스의 또 다른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것이 CJ ENM 오쇼핑의 식기 브랜드 ‘오덴세’다. ‘오덴세’는 2013년 CJ오쇼핑이 출시한 PB(자체상표) 식기다. 홈쇼핑을 통해 간간이 판매해 오던 이 브랜드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tvN의 예능 프로그램 ‘스페인하숙’과 ‘윤식당1·2’ 등과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 등장하면서부터다.
CJ오쇼핑은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방송에서 비치는 ‘오덴세’의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노력했고, 오프라인 매장은 아예 해당 프로그램 콘셉트로 구성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오덴세’는 ‘스페인하숙’이 첫 방송되고 2주간 매출이 방송 전보다 78% 성장하는 효과도 봤다. 특히 유럽이나 중화권 등을 중심으로 한국 TV프로그램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 시장까지 겨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 PPL 방식은 프로그램과 관련없는 아이템이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방식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녹여 궁금증을 유발해 광고 효과를 노린다”면서 “따로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 한류 등의 영향으로 해외 진출에도 용이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