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 관련 유럽연합(EU)의 본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1단계 결과가 오늘 밤 발표된다. 1단계(일반심사)를 넘어 2단계(심층심사)로 진입하면서 까다로운 심사 과정이 예상돼 합병 심사 통과까지 최대 6개월가량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EU는 우리 시각으로 오늘 밤 자정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심사 1단계 발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 올 4월 사전협의를 시작한 이후 8개월 만이며 지난달 EU에 본심사를 신청한 지 약 한 달여 만이다.
경쟁법이 가장 발달한 EU는 기업결합 심사를 받는 나라 가운데 가장 난관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EU 회원국 선사들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반독점 규제를 상당히 까다롭게 적용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합병하면 글로벌 점유율이 20%로 늘어나는데 그치지만 주요 수주 선박인 LNG선과 초대형유조선(VLCC) 점유율은 60%를 넘는다. LNG선, 컨테이너선 발주가 많은 유럽 선사들에겐 두 회사의 합병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EU는 앞서 5월 13일 프랑스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선 부회에서 현대중-대우조선 합병에 대한 우려를 공식 제기하기도 했다. EU는 “두 회사의 합병이 정부의 도움 없이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정부의 지원으로 세계 조선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CCCS)도 6일 "한국조선해양과 조선업계의 의견을 바탕으로 1단계 검토를 완료했다"며 "유조선,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양사 간 사업이 중복돼 조선사 간 경쟁체제가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업계에선 EU 심사를 통과한다면 사실상 인수·합병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과 중국 등의 경쟁국은 이미 자국 조선사들의 합병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조선사 결합에 긍정적인 답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은 7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EU와 중국, 싱가포르, 일본 등 6개국에서 본격적으로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으며 지난달 카자흐스탄에서 첫 승인을 받았다. 6개국의 기업결합심사에서 모두 승인을 받으면 인수 절차는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