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 거래 비중이 60%가 넘는 반면 개인 투자자는 1% 수준에 그쳤다. 공매도 시장이 변함없이 외국인의 ‘전용 놀이터’가 된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이 공매도 일부 폐지에 대해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17일 KRX공매도종합포털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주식시장(코스피ㆍ코스닥) 공매도 거래대금 96조7194억 원 중 개인 투자자 거래대금은 1조788억 원으로 1.1%에 그쳤다.
반면에 외국인 투자자 거래대금은 60조7519억 원으로 62.8%에 달했고 기관 투자자 거래대금은 34조8802억 원으로 36.1%를 차지했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시장의 경우 공매도 거래 비중이 외국인 59.3%, 기관 39.9%, 개인 0.8% 등이고 코스닥 시장은 외국인 73.8%, 기관 24.2%, 개인 2.0% 등이다.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는 코스닥 시장 공매도 거래 비중이 코스피 시장보다 높고 기관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이 더 높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개인 투자자 공매도 거래 비중 1.1%는 지난해 같은 기간(0.8%)에 비해 소폭 상승한 것이다. 기관도 4.0p 상승했고 외국인은 4.2%p 하락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여전히 1%를 웃도는 수준으로 주식시장 거래의 과반이 개인 투자자 거래인 것을 고려하면 공매도 시장 거래 비중이 작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전체 주식 거래대금 중 개인 투자자의 거래대금 비중은 코스피 시장 47.8%, 코스닥 시장 84.9%였다. 외국인 비중은 코스피 28.3%, 코스닥 9.3%였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개인 투자자가 84.9%로 외국인 투자자(9.3%)를 압도하지만 공매도 시장에서는 개인 거래 비중이 2.0%로 외국인(73.8%)에 한참 못 미친다.
이는 외국인·기관 투자자와 비교해 신용도나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개인 투자자는 주식을 빌려 공매도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예탁결제원 주식대차시스템을 통해 언제든 다른 기관의 주식을 빌릴 수 있지만 개인 투자자는 한국증권금융에서 복잡한 과정을 거쳐 주식을 빌려야 한다.
한국증권금융은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개인 투자자의 동의를 거쳐 주식을 차입한 뒤 증권사를 통해 다른 개인 투자자에게 공매도 용도로 주식을 빌려주고 있어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폐지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공매도가 주식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 개별 주식의 적정 가격 형성에 도움을 주는 한편 공매도를 금지하는 국가가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는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파는 차입공매도는 허용되고 빌려온 주식 없이 일단 매도부터 먼저 하는 무차입공매도는 금지돼 있다.
그러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공매도 일부 폐지에 대해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윤 원장은 10월 금감원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당시 사견임을 전제로 “홍콩 같은 곳은 소액 주식에 대해 공매도를 폐지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을 한번 검토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내부 검토 후 금융위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진척 상황은 없는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사례 등에 대해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차후 검토해 볼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금감원에서 공매도 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협의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