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있어도 사회 구성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기억다방을 기획했습니다."
김선화<사진>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 사무국장은 '기억다방(기억을 지키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특별한 한 해를 보냈다. 기억다방은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치매 진단을 받은 어르신들이 바리스타로 참여하는 푸드트럭 형태의 이동식 카페다. 치매 환자가 음료를 만들다 보니 주문한 메뉴와 다른 음료가 나오더라도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것을 기본 규칙으로 한다.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약 44%는 진단조차 받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시와 한독은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이해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민·관 협력 캠페인으로 기억다방을 시작했다. 기억다방은 치매 환자가 사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치매를 더 이상 숨기거나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넓히고, 이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란 점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서울시광역치매센터는 각 자치구 치매센터와 함께 어르신들의 바리스타 참여 신청을 받고 자치구별로 기억다방을 운영·관리하고 있다. 올해 기억다방은 4월부터 11월까지 일주일에 평균 1회 이상, 총 56회 운영됐다. 74명의 어르신이 기억다방의 바리스타로 나섰고, 약 2만2000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특히 2년째를 맞이하면서 활동 범위를 넓혀 홍익대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 동국대학교 등을 비롯해 광화문광장과 반포 한강지구 밤도깨비 야시장에서 진행해 더욱 많은 시민을 만났다.
김 사무국장은 "기억다방이 대학교에 처음 들어서면서 젊은이들이 치매를 주제로 하는 카페를 좋아할까 걱정했지만,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면서 "어르신들도 오랜만에 젊은이들을 만나 즐거우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커피를 주문했지만 주스를 받은 한 학생은 불평 대신 오히려 '커피가 맛있다'는 말로 어르신 바리스타를 응원하기도 했다.
기억다방은 치매 인식 개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9월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서울시는 순천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균형발전정책 박람회'에 기억다방 캠페인을 우수 사례로 출품했다. 김 사무국장은 시작한지 2년 만에 전국 보건소와 치매안심센터에서 기억다방 운영에 대한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고 귀띔했다. 기억다방은 내년 봄부터 다시 운영될 예정이다.
김 사무국장은 "앞으로도 치매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기억다방처럼 치매 환자와 일반인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