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넘게 관세 폭탄을 돌리며 세계 경제를 위태롭게 했던 미국과 중국 양국이 1단계 무역협상을 사실상 타결하면서 ‘4차 관세 폭탄’이라는 일촉즉발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그러나 쟁점인 중국의 보조금 정책 등이 1단계 합의에 포함되지 않은 데다 중국이 자국 경쟁력의 원천인 ‘국가 자본주의’를 손상시키는 구조 개혁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어 미·중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합의안을 놓고 경제·무역 담당 고위 관리들과 1시간 동안 회담했다. 각 분야의 확인이 이뤄지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추이톈카이 미국 주재 중국대사가 13일 합의안의 큰 틀에 서명할 전망이다.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중국 전문가이자 트럼프 대통령 자문인 마이클 필스버리는 “합의안에 중국이 2020년에 50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입하기로 되어 있다고 트럼프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했다. 미국은 이에 대한 대가로 거의 모든 중국산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현행 15~25%에서 인하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WSJ는 12일 미국이 약 36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던 기존 관세율을 절반으로 인하하고, 15일에 발동 예정이던 1560억 달러 상당의 제품에 대한 대중 추가 관세 발동을 보류하는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 제안은 5일 만에 이뤄졌다고 한다.
필스버리는 “다만, 중국이 합의대로 미국산 제품을 구입하지 않으면 이른바 ‘스냅백 조항(Snap back)’에 근거해 관세를 원래 수준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3일께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양국이 2018년 7월 관세 전쟁에 돌입한 이후 미국이 대중국 제재를 완화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애초 미국 정부는 중국산 스마트폰 등을 대상으로 15일 4차 관세 발동을 예정했었다. 노트북 등 첨단 기술 제품을 중심으로 1600억 달러어치가 대상이었던 만큼 일단 발동되면 서플라이 체인의 세계적인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제재일이 임박해 뇌관이 제거되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도 완화하게 됐다.
하지만 백악관 내 대중 강경파들은 여전히 중국과의 합의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등이 “국제 규정 위반”이라며 강하게 비판해온 중국의 보조금 정책 등은 이번 1단계 합의에는 포함되어 않았다. 또 중국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인 ‘국가 자본주의’를 손상시키는 구조 개혁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만큼 1단계 합의 이후에도 완전한 관세 철폐는 물론, 무역 전쟁 종전까지도 갈 길이 멀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미국은 중국으로의 첨단 기술 불법 유출을 철저히 경계해 지적재산권 보호 방안에 합의할 전망이다. 아울러 중국 위안화 약세 유도에 제동을 거는 환율 조항과 미국 금융기관의 대중국 진출을 가속화하는 금융시장 개방도 이끌어내기 위해 막바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