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을 잃은 시중 유동자금이 서울 부동산 시장으로 쓰나미처럼 몰리고 있다. 청약시장은 높은 경쟁률로 진입장벽이 높아진 데다 기존 매매시장은 매물 부족에 시달리다 보니 주택 수요의 눈이 아파트 경매시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시장의 각종 규제를 피하려는 투자자들은 상업ㆍ업무용 부동산 시장으로 꿈틀거리는 모양새다.
3일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11월 서울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 아파트 법원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7.7%를 기록했다.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지역 법원경매 낙찰가율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언급이 나온 직후인 7월 101.0%를 기록한 이래 다섯 달 연속 100%를 넘어섰다.
서울 전체 법원경매 아파트 낙찰가율도 103.8%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한제 시행 방침이 발표된 8월 101.8%로 올해 처음 100%를 넘긴 뒤 9월에 100.9%로 소폭 하락했지만 10월(101.9%)과 11월(103.8%)에 잇달아 상승했다.
낙찰가율은 경매물건의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낙찰가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감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물건이 팔렸다는 의미다.
지난달 낙찰가율이 100%를 넘은 서울 아파트 수는 총 33건이다. 올 들어 가장 많은 수치다. 이 중 유찰 없이 1회 차에 낙찰된 사례는 29건으로 전체의 88%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가 경매시장에서 이처럼 무섭게 팔려나가는 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앞으로 서울에서 재건축ㆍ재개발을 통한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청약시장은 과열로 장벽이 높아진 데다 기존 매매시장은 치솟는 가격 부담에 경매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투자자가 많아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여기다 경기 불황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중에 떠도는 1000조 원의 유동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그나마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동자금은 서울 수익형 부동산 시장으로도 쏠리고 있다. 10월 서울 상업ㆍ업무용에 몰린 자금은 1조2797억 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57% 증가한 금액이다. 1년 만에 서울 상업ㆍ업무 부동산 거래액만 무려 8151억 원이 늘었다. 거래량 역시 478건으로 전년 동월(362건)보다 32% 증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중에 유동자금은 넘쳐나는데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보니 아파트 경매나 수익형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것”이라며 “다만 수익형 부동산 중 안정적인 수익이 나오지 않는 잘못된 투자를 하거나 권리관계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가격만 보고 경매 아파트를 살 경우 낭패를 볼 수 있어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