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을 대표했던 준중형차 쉐보레 크루즈가 사실상 글로벌 단종 과정을 밟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 에드먼즈에 따르면 GM이 쉐보레 크루즈 생산 중단을 추진한다. 이유는 수익성 때문. 3월 쉐보레 크루즈를 북미에서 완전 단종한 데 이어 글로벌 생산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중형세단 말리부와 준대형차 임팔라 역시 별다른 후속 모델 출시 계획이 없다. 이 역시 단종 절차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크루즈는 한국지엠의 전신인 지엠(GM)대우가 준중형차 ‘라세티’의 후속으로 처음 개발을 주도했다. 때문에 초기 크루즈 역시 ‘라세티 프리미어’라는 이름으로 팔렸다.
GM산하 △오펠 △지엠대우 △쉐보레가 제각각 개발해 팔았던 준중형차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탄생했다.
개발은 소형차 만들기 기술이 경지에 다다랐던 한국의 지엠대우가 주도했다. 이 무렵 독일 오펠과 호주 홀덴, 미국 쉐보레 엔지니어가 한국에 파견돼 개발에 합류하기도 했다.
기본 플랫폼은 오펠 아스트라의 앞바퀴굴림 ‘델타2’ 플랫폼을 썼다. 전체 디자인은 지엠대우가 주도했다. 균형미가 도드라진 크루즈 디자인은 김태완 전 한국지엠 디자인총괄 부사장의 작품이다.
GM은 준중형차 크루즈와 이를 바탕으로 개발한 미니밴 올란도를 앞세워 유럽 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 결국 유럽 철수를 결정하면서 유럽 전략형 모델을 생산해온 한국지엠의 군산공장이 폐쇄를 결정한 셈이다.
그렇게 300만 대 생산이라는 ‘거업’을 이룬 크루즈는 현재 브라질과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비슷한 모양새로 생산 중이다. 다만 후속 모델 계획이 없는 만큼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GM의 크루즈 단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애즈먼드닷컴은 “GM이 브랜드를 대표하는 준중형차를 포기하면서 장기적으로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결국 이 시장에서 한국의 현대차와 일본 토요타, 혼다 등이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