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정무위원장이 고위공직자의 유관업계 재취업 문제와 관련해 이같이 요약했다. 재직 시절 본인이 감독하던 기관에 재취업하는 것은 해당 기관의 논리에 포획된 사례라는 지적이다. 특히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퇴직자들은 은행·보험·증권업계 등 관련 업계의 경영 논리에 휘말려 부적절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 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무위원회 소관부처인 금융위·금감원 퇴직자들의 재취업 관행에 일침을 가했다. 동시에 이런 관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투명한 취업 인프라를 만들 것을 강조했다. 무조건 퇴직공무원의 재취업을 막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금융기관이 금융위, 금감원 출신을 찾는 이유가 무엇인가
“대부분 퇴직자들이 금융기관의 감사, 자문 역으로 가는데 간단히 말하면 로비스트로 쓰겠다는 것이다. 좋은 쪽으로 해석하면 검사나 감독을 받을 때 자사의 편법 행위가 걸리지 않도록 준법 감시인 역할을 해달라는 의도다. 물론 과거에 비해 퇴직공무원들의 로비스트 역할이 줄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그렇다면 재취업과 관련한 제도를 손보면 되는가
“현재 인사혁신처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퇴직공무원들의 재취업 관련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장관이나 차관 같은 고위직에는 엄격한 심사 기준이 적용된다. 하지만 그 밑의 공무원을 심사할 때는 그 정도가 허술한 측면이 있다. 제도를 새롭게 바꾸기보다는 있는 제도를 더 엄격하고 객관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해법이다.”
-정부부처 산하기관에 재취업하는 관행도 계속되는데
“이번에 기획재정부 공무원 20%가 부서 이동을 신청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기재부 직원들이 국가경제를 일으킨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이제는 정부 간섭도 심하고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범위가 줄었다. 그래서 기재부 직원들이 중소벤처기업부와 같이 산하기관이 많은 곳으로 부서 이동 신청을 한다. 국가에 봉사하기보다는 퇴직 후 산하기관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의도다. 이런 현상은 국가 전체적으로 마이너스라고 본다.”
-현실적인 해법은 무엇인가
“정부가 재취업 인프라를 만들어줘야 한다. 평균수명이 100세에 다다른 만큼 70살까지는 직장에 다니도록 일할 수 있는 사회를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무조건 재취업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공직에서 물러나도 다시 직장을 얻을 수 있도록, 웰 리타이어링이 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잘못된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
-금피아는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과 거리가 먼 것 아닌가
“고위직 공무원들은 선택된 집단이고 다른 집단에 비해 정보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불공정한 시스템을 활용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로도 일반 국민보다는 많을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공무원에 대한 감독이 심해져서 공무원 사회가 점점 맑아지고 있다. 김영삼 정부보다 김대중 정부가, 이명박 정부보다 박근혜 정부가, 그 이전보다 문재인 정부가 더 공정해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다만, 공정과 정의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와 기대치도 함께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금피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과거보다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 공정과 정부의 공정 수준이 다른 것인가
“국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이 재산에 있어서의 공정일 것이다. 내가 열심히 노력했을 때 나의 노력에 상응하는 부동산을 살 수 있는가, 재산을 모을 수 있는가의 문제인데 현재 사회는 이런 부분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 누구는 불로소득으로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고 있으니 이에 대한 불만이 터진 것이고, 이런 부동산에서의 공정성을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건 어느 정권이든 1, 2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회에서도 이런 문제를 시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