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시공사 선정 재입찰 요구에 용산구 한남3구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재입찰 진행과 수정 제안 후 입찰 강행, 갈림길에 섰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사업 타격은 불가피하다.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조합은 28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천복궁교회에서 조합원 총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조합원들은 향후 사업 추진 방향을 정할 예정이다.
원래 이날 총회는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건설사들의 합동설명회로 마련됐다. 하지만 26일 국토부 등이 재개발 시공사 선정 재입찰을 권고하면서 안건이 급히 바뀌었다. 국토부 등은 대림산업과 현대건설, GS건설 등 한남3구역 수주전에 뛰어든 입찰사들의 사업 제안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조합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입찰사들이 낸 원래 사업 제안서에서 국토부 등에서 지적한 위법 사항만 수정하고 원래 일정대로 다음 달 15일 시공사 선정을 강행하는 것이다. 27일 열린 조합 이사회에서는 이쪽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회에서도 조합 집행부는 수정 제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끌 가능성이 크다.
다른 길은 국토부 등의 요구대로 기존 입찰을 무효로 하고 새로 입찰 절차를 밟는 것이다. 정부와의 정면 충돌을 우려한 입찰사들이 이 같은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문제는 두 가지 모두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조합이 기존 입찰 일정을 강행하면 국토부나 서울시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기획관은 26일 “조합에서 (시정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정법 위반으로 조합에 대해서도 수사 의뢰하겠다”고 조합을 압박했다. 다음 달 시공사가 선정된다고 해도 법정 다툼으로 사업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건설업계에선 사업 내역서를 전면 수정하면 사실상 재입찰과 다른 게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입찰 절차를 밟는다 해도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기는 건 마찬가지다. 다시 입찰을 밟고 사업 제안서를 받는 과정에서 사업 일정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토부와 서울시가 한남3구역을 주시하는 상황에서, 재입찰 절차는 더욱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조합만큼이나 건설사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건설사는 재입찰 방안을 선호한다는 뜻을 조합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등이 위법 사항 시정을 요구하면서 ‘2년간 정비사업 입찰 제한’ 등 강수까지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건설 일감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건설사는 정부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
조합이 기존 일정을 강행하면 건설사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조합 요구대로 입찰에 응할 수밖에 없지만 정부 제재를 감내해야 해서다. 조합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입찰 때 낸 보증금 1500억 원을 몰수당할 수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어떤 가능성도 쉽게 말하기 어렵다”며 “건설사는 조합이 오늘 총회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