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이 같은 특혜를 제공하고, 한금연은 역대 위원장과 부원장들의 안식처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종룡 전 위원장, 신제윤 전 위원장을 비롯해 김용범 전 부위원장, 정찬우 전 부위원장까지 한금연 초빙연구원 자리를 거치면서 금융위와 한금연 간 유착관계가 도마에 오른다.
◇연구용역 예산 4분기에 무더기 발주… 대부분 수의계약 = 이투데이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금융위의 최근 5년간 분기별 연구용역 예산 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연구용역 예산의 절반 이상인 58%를 4분기에 몰아서 지출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정부에서 계속 예산 조기집행을 강조하면서 전반기에 예산 50%를 지출하라고 얘기하고 있고, 기재부 역시 이를 계속 확인하면서 예산 편성 때 고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면서 “4분기에 연구용역 예산의 절반이 몰리는 것은 잘못된 행태”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의 지난해 연구용역 예산 9억5932만 원 가운데 4분기에 지출한 예산은 4억8507만 원이다. 한 분기에 전체 용역예산의 절반을 한꺼번에 지출한 것이다. 2017년 연구용역 예산은 4억5753만 원으로 같은 해 4분기에 전체 연구용역 예산의 53%인 2억4463만 원을 지출했다. 2016년에는 전체 연구용역 예산 5억8033만 원의 47%에 해당하는 2억7351만 원을 4분기에 몰아서 지출했다.
금융위의 2015년 한 해 연구용역 예산은 7억4361만 원으로, 같은 해 4분기에만 연구용역으로 5억3491만 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체 연구용역 예산의 71%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2014년 한 해 연구용역 예산은 8억7033만 원으로, 같은 해 4분기에 전체 연구용역 예산의 70%에 달하는 6억1413만 원을 연구용역 예산으로 지출했다.
이에 대해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상반기에 예산을 구성할 때 어느 정도 집행 계획을 세우지만, 실제 용역을 집행할 때에는 관심사가 많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며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방법을 찾다 보니 하반기에 몰리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연구용역 계약 방법이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체결되자, 한금연에 연구용역을 몰아주기 위한 ‘짬짜미 계약’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014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금융연구원이 수주한 연구용역의 계약 방법을 살펴보면 총 58건 중 50건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사실상 금융위와 금융연구원이 체결한 전체 연구용역 계약의 86%가 수의계약인 것이다. 통상 수의계약은 공정성이 훼손되면서 각종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많기에 정부 기관의 경우 일반경쟁계약을 원칙으로 한다. 단, 경쟁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 등에 한해 수의계약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원 자리, 역대 원장 안식처 = 현재까지 역대 3~5대 금융위 위원장은 모두 한금연에 재취업했다. 임종룡 전 위원장은 2017년 7월 퇴직 후 같은 해 9월부터 2018년 9월까지 1년 동안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신제윤 전 위원장은 정식 채용은 되지 않았지만, 한금연이 마련한 사무실로 출퇴근을 했다
올해는 김용범 전 부위원장도 퇴직 후 2개월 만에 한금연 초빙연구원으로 갔다. 이후 기재부 1차관으로 임명됐다. 정찬우 전 부위원장은 한금연으로 취업하려 했지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위 고위공직자들이 이런 식으로 한금연 초빙연구원으로 가는 것이 금융연구원을 자신들의 하부기관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면서 “퇴직 후 잠시 쉬어가는 휴식처로 생각하는데 매우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도 한금연 초빙연구원으로 온다면, 정찬우 전 부위원장의 한금연 재취업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처럼 강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