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등은 이번 주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후속 조치를 내놓는다.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은 공사비만 1조8880억 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재개발 사업이다. 대림산업과 현대건설, GS건설 등 세 곳이 수주에 나섰다.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이들 건설사의 수주전이 과열되자 서울시 등은 이를 잠재우기 위해 이달 4일부터 15일까지 2주 동안 특별점검에 나섰다.
점검의 핵심 타깃은 각 건설사가 조합원에게 약속한 공약의 위법성이다. 대림산업은 ‘임대아파트 없는 단지 조성’을, 현대건설은 이주비 5억 원 이상 보장을 수주 공약으로 내세웠다. GS건설도 LTV(주택담보인정비율) 90% 수준 이주비 대출을 조합 측에 약속했다.
그간 서울시 등은 이들 공약이 법에 어긋날 소지가 많다고 봤다. 현행법은 시공사 선정을 위해 재산상 이익을 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매입을 통해 임대아파트를 없애겠다는 공약도 재개발을 통해 건설한 임대아파트를 시에 처분토록 한 서울시 조례에 어긋난다.
서울시가 이번 주 내놓은 후속 조치의 수준은 이 같은 위법성의 경중에 따라 정해진다. 최악의 경우는 ‘입찰 보증금 몰수’다. 3사가 사업 입찰에 나서면서 조합에 각각 낸 보증금 1500억 원을 몰수하는 조치다. 앞서 은평구 ‘갈현제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선 조합이 사업 수주에 나섰던 현대건설의 입찰 제안서가 위법하다며 자체적으로 입찰 보증금 1000억 원을 몰수하고, 재입찰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이 한남3구역에서도 반복되면 사업이 지연될 뿐 아니라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 부담이다.
각 건설사는 선별적으로 형사 고발하는 ‘핀셋 고발’도 가능성이 작다. 이미 각사 공약에서 위법 소지가 드러난 상태에서 선별 고발을 선택하면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어서다. 무리한 수주전을 억제하겠다고 공언했던 서울시와 국토부의 그간 태도에서 뒷걸음질쳤다는 부담도 안아야 한다.
이 때문에 정비업계에선 재입찰 권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망한다. 정치적ㆍ법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건설사들에 경고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재입찰이 결정되면 건설사들은 기존 내용보다 축소된 공약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위법 논란이 되풀이돼 불이익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재입찰 권고가 내려지더라도 조합과 조합원의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 재입찰에 걸리는 시간만큼 재개발이 늦어지기 떄문이다. 조합은 28일 시공사 설명회를 거쳐, 다음 달 15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일정은 서울시 등이 내놓을 후속 조치에 따라 크게 변동될 수밖에 없다. 그간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에게 약속했던 내용이 후퇴하면 재산권 침해,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반발도 일 수 있다.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원 H씨는 “서울시에서 재입찰을 권고해도 강행해야 한다. 정부의 사유재산 침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또 다른 조합원 L씨는 “이번 기회에 과장된 공약 대신 현실적인 공약을 봐야 한다”며 “재개발 사업을 안전하게 추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