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를 피한 대전 주택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집값이 최근 걷잡을 수 없이 치솟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대책 마련에 미온적인 입장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대전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4.38% 올랐다. 전국 최고 상승률이다. 특히 유성(6.45%)· 서(5.13%)·중구(5.10%) 등 3개 자치구는 전국 시·군·구 기준 상승률 1~3위에 올랐다.
집값이 거침없이 오르면서 아파트 분양권에도 꽤 많은 웃돈이 붙었다. 대전 유성구 복용동 아이파크시티 2단지 전용면적 145.40㎡ 분양권은 이달 초 13억 원 가량에 거래됐는데, 이는 분양가보다 4억 원 가량 오른 것이다. 인근 I공인 관계자는 “지난 3월 분양한 아이파크시티의 경우 3.3㎡당 1500만 원에 공급됐는데 벌써 2500만 원대까지 올라섰다”며 “집값 상승폭이 워낙 커 얼마까지 더 오를 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대전 집값 상승은 정부가 자초했다는 지적이 많다. 서용원 공인중개사협회 대전지부장은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면 대전 집값이 이렇게까지 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와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신축 단지 집값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난 6일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지정하면서 대전지역도 투기과열지구로 묶일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대전을 규제 지역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당시 이문기 국토부 주택도시실장은 “규제 지역을 정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 자료에 대전 유성구 등에 대한 규제 안건이 있었지만 주정심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진 않았다”며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일부 지역으로 국한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대전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민국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전 집값 폭등’을 규제해 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올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대전의 한 공인중개사는 “그동안은 외부 수요자들이 대전 집값을 끌어올렸다면 최근에는 대전 지역민들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매수에 나서고 있다”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