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수의견’은 철거 현장에서 경찰을 죽인 한 남자의 재판을 둘러싼 이야기다. 사건의 구조가 간단치 않은 것이, 이 남자가 경찰을 죽인 이유가 자기 아들이 눈앞에서 경찰에게 맞아 죽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즉, 정당방위를 주장하는 셈이다. 그런데 경찰은 남자의 아들을 죽인 사람이 경찰이 아니라 용역이라고 맞선다. 결국 아들을 죽인 범인은 경찰임이 밝혀졌다. 경찰 수뇌부의 불법진압 지시, 검찰의 조작수사 등도 드러난다. 그런데도 피고에게는 정황을 참작한 일정량의 형량이 선고됐고, 재판이 끝난 후 주인공은 이 대사를 되풀이한다. “나는 죄인입니다.”
영화를 볼 때만 해도 별 감흥 없던 이 대사가 다시 떠오른 건 이른바 ‘주문자제작(OEM) 펀드’ 때문이다. ‘OEM펀드’는 금융당국이 판매 논란을 일으킨 판매사에 대해 과징금 철회 가능성을 시사한 심의를 내리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왜 운용사들만 처벌 받아야죠(?) 시장에서도, 법 테두리에서도 판매사(은행)는 ‘갑’, 운용사는 ‘을’인데….” 자산운용업계는 금융감독당국의 이 같은 판단에 볼멘소릴 한다.
이해도 간다. OEM펀드가 무엇인가(?) 판매사가 운용사에 직접 펀드 구조를 요청하고, 이를 토대로 펀드가 설정과 운용까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펀드를 의미한다. 즉 해당 펀드에 문제가 있다면 판매사와 자산운용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볼 수 있다.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면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펀드 판매사가 펀드 운용과 관련한 부정행위에 가담했음에도 현행법상 처벌할 수 없다면 OEM펀드로 인한 투자자 관련 피해는 언제든 또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의 잘잘못과 그 중함을 가리고, 탓하려는 게 아니다. 금융당국이나 판매사, 운용사 등 모두 소비자 앞에 진심으로 “나는 죄인입니다.” 라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할 때다. 양치기 소년의 학습효과처럼, 진짜 좋은 투자상품이 나와도 소비자들은 의심하고 등을 돌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