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5일(현지시간) 세계적인 항공기 엔진 제조사인 영국 롤스로이스와 약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 규모의 최첨단 항공기 엔진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롤스로이스는 1884년 설립된 영국의 항공기 엔진 제작사로 미국의 P&W, GE와 함께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사로 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계약으로 롤스로이스가 생산하는 모든 기종의 트렌트(Trent) 엔진에 장착되는 ‘터빈 부품(Turbine Seal Segment)’을 2021부터 2045년까지 최소 25년간 공급한다. 상황에 따라 엔진의 수명 연한까지 공급물량이 추가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에 엔진 케이스 등의 부품을 위주로 롤스로이스에 공급했지만, 이번 계약으로 터빈 부품까지 공급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게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항공 엔진부품 전문 제조회사로서 쌓아온 제조 노하우와 품질을 인정받으며, 진입장벽이 높은 항공기 엔진 제조 시장에서 롤스로이스의 전략적 파트너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계약에 관해 “그동안 주로 엔진 케이스 등을 공급해 왔다면 이제 엔진의 핵심인 터빈 부품 사업에 새롭게 진입하게 된 것”이라며 “앞으로 터빈부의 다양한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가동을 시작한 베트남 사업장이 전량 공급을 담당하게 됨으로써,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글로벌 제조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5년 미국 P&W사와 최신형 항공기 엔진인 GTF엔진 국제공동개발사업(RSP)을 계약한 이후 '글로벌 항공엔진 전문기업'을 목표로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단순 엔진부품 공급업체에서 RSP 파트너로 격상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3대 항공기 엔진 제작사를 대상으로 신규 대형수주 협상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사업 및 수출 확대에 힘쓰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작년 12월에는 베트남 하노이 인근 화락 하이테크 단지에 10만㎡ 규모 항공기 엔진부품 신공장을 준공하며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전진 기지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월 P&W사로부터 약 40년에 걸쳐 약 17억 달러(약 1조9000억 원) 규모의 최첨단 항공기 엔진부품 공급권을 획득하며 단순한 저부가 제품군 수주에서 벗어나 고부가 회전체 부품 공급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 미국 엔진부품 제조사 ‘이닥(EDAC)’을 인수하면서 항공 엔진사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억 달러(약 3500억 원)에 지분 전량을 인수한 이닥은 항공우주산업의 정밀 부품을 개발·제작하는 회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인수로 항공부품의 고난도 가공기술 역량도 확보하는 동시에 엔진제조업체에서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