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임원이 됐으니 직장이냐, 가정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라.”
1985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그는 처음 임원이 됐을 때 선배로부터 이런 질문을 들었다.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임원의 미덕으로 회사 발전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 몰두하는 것을 꼽았다.
권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자신의 저서 ‘초격차’를 통해 임원이 무조건 일을 많이 하거나, 이를 부하 직원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근무 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과 삶의 균형이 맞춰질 때 업무 효율성이 증대된다는 사실을 일찍이 간파했다.
권 회장은 “신임 임원들은 일하는 시간을 늘려서 성과의 양을 늘리려고 한다. 하지만 죽기 살기로 24시간 일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부하 직원들을 자정까지 붙들어놓고 일을 시키고, 다음 날 새벽에 회의를 소집하는 건 임원에게 맡겨진 역할이 아니다. 이제 무지막지한 경영의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부하들과의 회의를 지나치게 자주하는 것 또한 자신의 발전을 가로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직접 여러 부서의 보고를 받고 다양한 정보를 확보하면, (일부 임원들은) 자신의 실력이 향상됐다고 착각한다”며 “그러나 그 지식은 이미 회사 내에 있던 것을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보의 축적을 자신의 실력이라고 착각하면 그 분야에서 제일 많이 안다고 자만하게 된다”며 “결국 다른 부서원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독단적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 회장은 조직의 리더군에 속한 임원은 ‘뇌’처럼 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뇌가 신체와 장기들의 기능을 총괄할 뿐, 직접 통제하지 않는다”며 “리더는 조직원을 사사건건 통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뇌가 간접적으로 장기의 기능을 미래 지향적으로 판단하는 것처럼 리더는 조직원의 미래를 위해 시스템을 잘 구축해주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개인의 지식과 경험에 의존하지 말고 집단지성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혼자의 판단보다는 다수의 생각이 더 정확하다는 이유에서다.
권 회장은 “리더의 위치에 오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독단적으로 변해갈 수 있다”며 “리더는 의사결정을 할 때 많은 부분을 위임하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개방적 자세의 경영자들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효과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보았다. 요즘 많이 활용되고 있는 빅데이터에 의한 의사 결정도 좋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책임자로서 부하 직원의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원은) 부하 직원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직원들을 자식 돌보듯 따뜻하게 대하고, 격려해 성장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부하들을 닦달해서 부서의 성과를 높이는 데 혈안이 된 사람은 좋은 관리자가 아니다.”
<관련 기사 보기>
[대기업 ‘별’ 임원 명암] ①대기업의 별 임원 대해부…그들의 희로애락
[대기업 ‘별’ 임원 명암] ①임원 그 후… 대기업 ‘별’이 지기 시작했다
[대기업 ‘별’ 임원 명암] ①짐 싸는 ‘별’들…임원이 줄어든다
[대기업 ‘별’ 임원 명암] ②나는 이렇게 대기업 ‘별’이 되었다
[대기업 ‘별’ 임원 명암] ②임원, 그 달콤함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