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이후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가 6.8% 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수지 감소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수입 자동차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 등을 앞둔 미국 정부가 한국에 우호적으로 대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미FTA 개정의정서가 1월 1일부터 발효된 이후 10월까지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상품교역에서 누적 기준 100억500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07억3500만 달러)보다 6.8% 감소한 것이다.
대미 무역흑자가 줄어든 것은 수출 증가율보다 수입 증가율이 2배 가까이 늘어서다.
1∼10월 대미 누적 수출액은 607억3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2.2% 줄었고, 수입은 507억2500만 달러로 4.1% 증가했다. 수입 증가는 미국산 원유 등 에너지와 육류, 농약, 의약품 등의 수입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대미 무역흑자가 감소한 것은 그만큼 미국과의 무역에서 우리나라가 이익을 덜 냈다는 의미지만, 이를 비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올해 한국의 대세계 수출입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미국과의 교역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1∼10월 대미 수출은 2.2%, 수입은 4.1%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전체 수출은 10.3%, 수입은 5.8 감소했다.
무엇보다도 한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규제 공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대한국 무역에서 미국이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한미 교역이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결국 한미 FTA 개정으로 이어졌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올해 3월 29일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미 FTA 개정으로 한국 자동차 분야 등의 무역장벽이 감소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대미 무역흑자 감소는 미국과의 통상관계를 더욱 우호적으로 가져가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미 무역흑자 감소는 우선 조만간 발표될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 한국 제외의 강력한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이달 13일 발표될 예정인 미국 정부의 수입 자동차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여부에도 긍정적인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문병기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현재 한국은 미국과 통상관계가 원만하고 미국의 타깃 역시 독일 등 유럽이기 때문에 이번에 한국이 조치 대상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