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였던 미분양 물량을 팔아치우며 ‘미분양 무덤’이라는 오명을 벗었던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또다시 주인을 찾지 못한 분양 물량이 쏟아졌다. 단기간 안에 결국 팔릴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오지만 송도 등 더 나은 선택지가 많은 데다 3기 신도시 조성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미분양 공포가 다시 불어닥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최근 분양한 ‘검단 모아미래도’는 전체 658가구 중 1순위에서 643가구에 대한 청약을 받았지만 신청자가 233명에 그쳤다. 이후 진행된 2순위 청약에서도 결국 144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같은 시기 분양시장에 나온 서울, 인천 송도, 대전, 부산 등의 새 아파트가 1순위 청약에 신청자가 대거 몰린 것과 대조적이다.
검단신도시는 올해 초 진행한 분양에서 잇따라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1월과 2월 각각 분양한 ‘검단 한신더휴’,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는 미분양 물량이 847가구, 421가구에 달했다. 이후 4, 5월에 각각 분양한 ‘검단 대방노블랜드 1차’와 ‘검단 동양파라곤 1차’도 분양 후 무려 1151가구, 621가구의 미분양이 발생했다. 이들 4개 단지에서만 미분양 물량이 3040가구에 이르렀다. 단기간에 미분양이 급격히 쌓이면서 4월 검단신도시는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며 ‘미분양 무덤’이라는 오명을 썼다.
그러나 8월 들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와 검단 한신더휴 분양이 잇따라 마무리됐고, 지난달 초 동양파라곤 1차와 대방노블랜드 1차의 적체 물량이 완판되며 검단신도시 4개 단지 미분양 물량이 모두 팔려나갔다.
검단시도시 분위기가 이처럼 반전된 것은 수도권 교통 개선책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울지하철 5호선 검단 연장을 비롯해 인천지하철 2호선 경기 김포ㆍ일산 연장, 인천 1호선 검단 연장, 서구 원당∼태리(김포) 광역도로 공사가 계획된 영향이다. 교통 확충과 더불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공급 감소 우려에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대두되자 지금 새 아파트를 잡아야 한다는 초조감도 한몫했다.
그러나 최근 분양 아파트에 또다시 미분양 물량이 발생하면서 8~9월에 걸쳐 나타난 반전은 ‘반짝 장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교통망 확충에도 이처럼 미분양이 발생한 것은 검단신도시가 아껴뒀던 청약통장을 꺼내쓸 만큼 매력적인 지역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당장 교통망 사업이 속도를 가시화하지도 않은 데다 송도와 루원시티 등 인천 내 수요가 청약통장을 쓸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많아서다. 인천 계양과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 조성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을 곳으로 예상되는 지역 중 한 곳도 검단신도시이다.
또 이곳에서 먼저 분양한 단지들의 평균 분양가가 3.3㎡당 1180만 원대였던 것과 달리 검단 모아미래도는 소폭 비싼 3.3㎡당 1200만 원대였다는 점도 미분양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검단신도시 미분양 물량이 완판된 것은 다른 호재와 함께 할인 분양 등 가격 혜택을 제공한 영향도 있다”며 “분양가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앞으로 검단신도시와 그 주변에서 나올 공급량이 많은 상황인 만큼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단신도시에서는 ‘검단 호반 써밋’을 비롯해 ‘검단 대방노블랜드 2차’, ‘검단신도시 예미지트리플에듀’, ‘검단2차 파라곤’, ‘검단신도시 우미린2차’ 등이 줄줄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전체 5000가구에 육박하는 물량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단지가 올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단기간에 줄이어 나오면서 공급 과잉까지 발생해 미분양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교통망이 개선되고, 서울 마곡지구 아파트값 상승의 반사이익으로 미분양이 발생하더라도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마곡지구 아파트값이 크게 상승하면서 마곡 직장 수요가 가까운 김포 풍무지구 일대로 넘어가는 사례도 많다”며 “검단신도시도 교통망이 개선될 예정이어서 이 같은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