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은 이날 언론에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관광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혹스럽지만, 차분히 대응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북한 노동신문을 포함한 현지 언론매체들은 이날 "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시설을 전부 헐고 새로 지을 것을 지시했다"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은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지시는 대북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아산을 비롯한 현대그룹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인 발언이다.
금강산 관광은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현대그룹의 오랜 노력과 우리 정부의 햇볕정책이 맞물려 결실을 맺은 남북 경제협력사업이다. 당시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방북해 금강산 남북공동개발 의정서를 체결하며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살 사건으로 11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이에 현대그룹은 지난해 4월말 판문점 선언 이후 현정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경협 테스크포스팀(TFT)’를 본격 가동하며 남북 경협 사업 재개에 힘써왔다.
하지만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불투명해진 남북 경협사업에 이어 김 위원장의 돌발 발언이 더해져 그동안 남북 경협을 주도해 온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쉽다.
김 위원장의 시설 철거 발언은 그동안 제기돼왔던 금강산 시설에 대한 소유권 문제도 다시 수면위로 끄집어냈다.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대아산이 지난 1999년 이후 현재까지 금강산관광지구 내 유형자산에 투자한 금액은 총 2268억원에 달한다.
현대아산이 보유한 금강산관광지구 내 유형자산은△해금강호텔△온정각 동ㆍ서관△금강산 옥류관△금강산 온천빌리지△구룡마을△금강빌리지△연유공급소△부두시설△금강산병원 등이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내 각종 시설을 비롯한 북한 소재 유형자산으로 약 566억원으로 계상해 두고 있는 상태다.
당초 우리 측에 있었던 금강산 시설의 소유권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인 2010년 4월, 북한측이 현대아산과 한국관광공사 소유의 관광시설을 동결·몰수한 바 있다.
다만, 소유권 문제를 비롯한 관광 재개 문제는 오히려 남북간의 관계 개선 여부에 따라 언제든지 유동적일 수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 지난해 두 번에 걸쳐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 금강산 관광 20주년 남북공동 행사가 순조롭게 진행됐으며, 관련자들은 모두 금강산 시설을 아무 조건없이 자유롭게 이용했다.
김 위원장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도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금강산 관광 개재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