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로 현 정권에 대한 여론은 좋아졌을까 나빠졌을까. 여론조사기관에 따라 제각각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어 선뜻 답을 내리기 어렵다. 어떤 조사에서는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큰 폭으로 오른 반면, 다른 조사에서는 반대로 국정 지지도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1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14~18일 실시한 주간집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전주 대비 3.6%포인트(P) 오른 45.0%(매우잘함 28.9%, 잘하는 편 16.1%)를 기록했다. ‘조국 정국’이 절정에 다다르면서 급락세를 보이던 지지율이 14일 조 전 장관의 전격 사퇴 이후 큰 폭으로 반등한 것이다. ‘국정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3.8%포인트 내린 52.3%(매우 잘못함 42.3%, 잘못하는 편 10.0%)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갤럽이 18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15~17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P)와 정반대의 흐름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4%포인트 하락한 39%를 기록해 취임 후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졌고,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53%로 전주에 비해 2%p 올랐다. 한국갤럽 조사를 참고하면 조 전 장관의 사퇴가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읽힌다.
조 전 장관의 사퇴에 대한 두 기관의 해석도 각각 달랐다. 리얼미터는 검찰 개혁 필요성을 인식한 현 정부 지지층이 결집했고 조 전 장관을 부정적으로 여기던 중도층의 비판 여론이 누그러졌다고 해석했다. 반면 한국갤럽은 조 장관을 지지했던 계층이 이번 사퇴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했으며 조 전 장관에 대한 중도층의 비판 정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봤다. 조사기관에 따라 다른 수치를 내는 일은 흔하지만 이처럼 방향성 자체가 엇갈린 것은 이례적이다.
같은 현상을 두고 두 기관이 상이한 결과를 도출한 배경을 두고 조사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갤럽은 조사원이 전화를 걸어 직접 묻고 응답하는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리얼미터는 자동응답(ARS) 조사 방식을 쓰고 있다. 통상 전화면접 방식은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의중을 파악하기에 유리하고, ARS 방식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길 꺼리는 유권자의 성향을 읽어내는 데 유리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종합해 보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데 적극적인 유권자층에서는 조 전 장관의 사퇴 이후 현 정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반대로 ‘소극적 응답층’에서는 현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긍정적 흐름과 부정적 흐름 모두 나름의 실체가 있다는 이야기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의 사퇴에 따른 여론의 흐름은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정확한 영향을 파악하려면 시간이 좀 더 지나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