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국 사퇴 후 첫 집회… 여의도·서초서 “공수처를 설치하라” 검찰 개혁 ‘촛불 압박’

입력 2019-10-1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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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제10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공수처 설치, 검찰개혁 법안 통과 등을 촉구했다. (사진=이꽃들 기자 flowerslee@)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제10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공수처 설치, 검찰개혁 법안 통과 등을 촉구했다. (사진=이꽃들 기자 flowerslee@)

“여의도 갈까, 서초 갈까 고민하다가 여의도로 왔습니다. 공은 국회로 돌아갔다는 데 공감해서요. 입법과정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여의도 촛불집회 참석한 시민 성예지 씨)

19일 오후 5시 20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 인근에서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 검찰개혁 사법 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가 주최한 ‘제10차 사법 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진행됐다. 이 가운데 주최 측 사전 신고 인원 3만 명보다 더 많은 인원이 추산된 것으로 보인다. 여의대교에서 서강대교 방향 국회대로 4개 차로가 통제됐으며, 참석자들은 서강대교 남단 사거리 부근부터 의사당대로 산업은행 부근까지 모여들었다. 이번 집회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이후 처음 열리는 것으로, 경찰은 이날 양측 집회 참가자의 충돌과 사고 예방 등을 위해 여의도 일대에 97개 중대 6300여 명을 배치했다.

유모차를 끄는 젊은 부부부터 두 손을 꼭 잡은 노부부, 홀로 찾은 시민 등 수많은 인파가 이날 집회에 참석해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하라”, “국회는 응답하라” 등 검찰 개혁에 대해 한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이날 집회 현장에서 시민 임희문(53) 씨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정감사 현장에서 보인 태도가 오만하다고 느껴졌다.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김제에서 올라왔다”고 참석 배경을 전했다. 가족과 함께 참석한 또 다른 시민 김가영(34) 씨는 “정경심 교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서초동 집회로 가야 할까 고민한 것도 사실인데,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분노도 커 이번에는 여의도로 오게 됐다”고 얘기했다.

검찰 개혁을 주창하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 ‘루리웹’ 회원들로 구성된 ‘북유게사람들’ 역시 같은 날 오후 6시께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부근에서 검찰 개혁, 공수처 설치 등을 요구하는 시민 참여 문화제를 열었다. 자유연대 등의 단체들도 이날 오후 2시부터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부근에서 ‘맞불 집회’ 성격의 ‘애국함성문화제’를 열었다. 오후 4시께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는 자유연대 측과 시민연대 측이 사전 집회를 하며 크게 틀어놓은 음악 소리를 갈등을 빚어 논의 후 장소를 옮기는 해프닝이 일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개국본’ 주최 집회는 애초 예정보다 30분간 집회 시작이 미뤄지기도 했다.

이날 여의도 집회에서는 정청래 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마포을 지역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조국 수사에 청와대가 개입한 적 있나. 털어도 이렇게 턴 적 없다. 단군 이래 단일 사건 최대 수사 인력을 동원했다”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인 검찰을 개혁하는 것, 이는 시대정신이 됐다. 결코 물러설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는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제10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끝난 뒤, 집회 참가자들이 공수처 설치, 검찰개혁 법안 통과 등을 촉구하기 위해 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이꽃들 기자 flowerslee@)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제10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끝난 뒤, 집회 참가자들이 공수처 설치, 검찰개혁 법안 통과 등을 촉구하기 위해 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이꽃들 기자 flowerslee@)

진성준 전 국회의원(전 대통령비서실 정무기획비서관) 역시 마이크를 잡고 “내년 총선에서 패색이 짙은 자유한국당이 호시탐탐 이(문재인) 정부에 흠집과 상처를 모색해왔다. 그 과정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걸려들었다”고 말했다. 진 전 의원은 “공수처를 설치하자고 하는 건 대한민국이 더이상 부패 공화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고위 공직자들이 자신들의 권한과 지위를 남용해 온갖 부정부패, 비리를 저지르는 것을 막고, 청렴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주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조국 장관이 사퇴하며 1차전은 우리가 졌을지도 모른다”며 “최종 승부인 내년 4월 총선에서는 반드시 승리해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 밖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긴급조치 구속 피해자라고 소개한 시민 이대수 씨는 “박정희 정권의 유신 독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검찰”이라며 “검찰 개혁을 통해 유신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역시 발언대에 올라 “민주화되면서 안기부가 물러가니 검찰의 힘이 세진 것”이라며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주최 측을 통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이른바 ‘국민 퇴임식’도 진행됐다. 조 전 장관을 위한 감사패와 손편지 등이 준비됐는데, 조 전 장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 가수 김형중, 16인조 오케스트라의 ‘홀로아리랑’, 색소폰 연주자 박광식 등이 무대를 꾸몄다.

이날 오후 5시 20분께 무대에 오른 한 관계자는 “지금 10만 가까이 오신 듯 보인다”면서도 주최 측은 참석자 추산 인원은 파악도, 공개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오후 10시께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공수처를) 설치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자유한국당 당사 방향으로 행진했다.

지난 14일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한 가운데, 개국본 주최 측은 집회 장소를 서초동에서 여의도로 옮겨 재개했다. 주최 측은 “검찰 개혁과 관련해 지난 4월 상정된 신속처리 대상 안건인 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등의 상임위 심사 기간이 도래됨에 따라 법안이 신속하게 처리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뜻을 전달하고자 다시 문화제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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