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달 때 말고는 사람을 못 봤어요.”
청년재단 전국 7개 지역센터 중 하나인 ‘청년맞춤제작소 in 관악’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평일 오후임에도 인기척조차 없었다. 가을 볕이 꽤 따사로웠지만, 건물 2층에 위치한 사무실은 밖에서 봐도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한 자영업자에게 이곳 청년맞춤제작소를 아느냐고 묻자 “여기가 뭐 하는 곳이냐”는 물음이 되돌아왔다. 그에게 2층 사무실에 사람이 오가느냐고 되묻자 “간판 설치할 때만 사람들을 봤고, 그 뒤로는 아침저녁으로 가끔씩 여성 몇 명이 왔다가 나가는 것을 봤다”고 답했다.
이곳이 청년 취업을 돕는 재단에서 운영하는 곳이라고 설명하자 그는 대뜸 화를 냈다. 그는 “내가 관악구에 세금을 얼마나 많이 내는데 이런 곳도 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 아니냐”라며 “내가 운영하는 곳은 정작 일할 사람이 없어서 죽겠는데 도대체 뭐하는 곳인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건물 앞에서 기다리면 관계자를 만날 수 있을까 싶어 정문과 후문을 기웃거렸다. 하지만 오피스텔 거주민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택배 배달원만 드나들었다.
실제로 해당 사무실은 직원이 상주하는 곳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청년을 위한 공간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접근도 매우 어려웠다. 2층 현관문이 닫혀 있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1층 출입문에서 막혔다. 인근 주민의 도움으로 겨우 1층 출입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사무실은 문이 굳게 잠겨 있었고, 사무실 현관 CCTV 카메라는 보호필름조차 벗기지 않은 상태였다. 수도계량기의 숫자는 ‘2’에 멈춰 있었다. 약 한 달 전에 입주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직원이 상주한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오피스텔 1층에 공고된 주차현황표에서도 2층 사무실 호수는 찾을 수 없었다. 수도계량기함 안에는 사무실 출입 열쇠로 추정되는 것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진로와 일자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발굴하고, 심층상담을 통해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설계해 제공한다’는 청년재단 지역센터 구호가 무색한 장면이다.
청년재단은 홈페이지에 ‘시급하고 절박한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들의 자발적 기부와 참여를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을 지원함으로써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리고, 청년들에게 일자리 희망을 주기 위해 설립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이 재단이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국민과 기업, 금융사로부터 약 438억 원을 기부받은 ‘청년희망펀드’를 이어받은 곳이란 설명을 찾아볼 수 없다. 관악구의 이 사무실은 세금이 아닌 전 국민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세운 곳이지만, 청년도 희망도 찾아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