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한목소리를 내던 소상공인 단체들이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를 주축으로 한 ‘전국중소상공인유통법개정총연대’가 유통법 개정에 관한 투쟁결의문을 15일 발표했으나 소상공인연합회는 참가 단체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날 전국소상공인유통법개정총연대는 투쟁결의문에서 “유통 대기업의 탐욕에 맞서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강력히 촉구하는 운동을 선포한다”며 “20대 국회, 올해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한상총련이 주축이 된 이 연대에는 한국마트협회,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100여 개소상공인·자영업 단체가 참여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이 소상공인연합회 소속이긴 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가 총 연대에 공식적으로 함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참여하자는 연락도 일절 없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단체인 대한미용사회중앙회도 총연대 참가 단체 명단에 이름이 올라왔으나 “연락받은 적도 없고, 참여한다고 밝힌 적도 없다”며 의아함을 표했다.
이명구 대한미용사중앙회 사무총장은 “총연대에 함께하자는 언질을 받은 적이 없고 미용사중앙회는 유통산업발전법 영향도 크게 받지 않는다”며 “영문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상총련과 소상공인연합회는 올해 5월만 해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국회에서 함께 간담회를 열었다. 당시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소상공인연합회와 한상총련이 공식적으로 처음 정책연대를 하는 중요한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6월 한상총련이 최저임금연대와 상생을 선언하면서 경영계 입장이었던 소상공인연합회와 행보를 달리했다. 지난해에도 한상총련은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와 지지를 보내면서 소상공인연합회와 거리를 뒀다. 이 때문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위해 잠시나마 힘을 합쳤던 두 단체는 다시 멀어지게 됐다.
현재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둘러싼 두 단체의 입장도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소상공인기본법 통과 △최저임금법 개정과 함께 3대 현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소상공인연합회는 규제 대상이 대기업뿐 아니라 식자재마트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 1km 이내에 대형마트의 출점을 막고 있으나 식자재마트는 3000㎡ 크기 이하로만 차리면 제약을 받지 않는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대형마트는 당연히 규제 대상이고, 틈새에 식자재마트들이 동네 소상공인 경영에 피해를 주고 있으므로 식자재마트도 규제에 포함해야 한다”며 “식자재마트를 규제에서 빼는 것은 사자 몰아내고 늑대를 살리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마트협회가 포함된 총연대는 식자재마트 규제는 후순위로 두고 있다. 임원배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은 “기존 유통산업발전법을 강화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식자재마트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면 개정안 통과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략적으로 대기업 규제를 먼저 하자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승재 회장은 “규제 대상이어야 하는 한국마트협회가 총연대에 포함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향후 연대 제안을 받더라도 쉽게 함께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총연대의 주축인 한상총련은 소상공인연합회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상총련 관계자는 “총연대의 정식 발족은 내달 초”라며 “소상공인연합회도 함께하는 길을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총연대는 중소기업중앙회 유통산업위원회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중소상인 공생을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총연대는 바람직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방향으로 △대규모 점포는 출점 계획 단계부터 골목상권과의 상생 검토 △준대규모 점포도 개설 등록 신청 시 상권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 제출 △유통산업발전법 소관 부처,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