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블레싱호-르포②] "한치의 오차도 없다"…6400TEU 싣고 900km 달리는 물류 4차산업

입력 2019-10-15 06:00 수정 2019-10-2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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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ㆍ효율적 적재방식에 항만도 자동화 열풍

현대상선의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블레싱호'가 중국 닝보항에 도착한 시간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밤 11시30분이었다. 당초 계획보다 10시간 가량 지연됐지만, 컨테이너선의 입출항 일정이 24시간 전후로 늦어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블레싱호는 도착하자마자 분주해졌다. 부산에서 기다리고 있는 화주와의 약속을 지키기위해 일정이 늦어진 만큼 컨테이너 적재 속도를 내야 했다.

갑자기 평소에는 4개만 돌아가던 겐트리 트레인이 8개가 풀가동 되기 시작했다. 밤새 쉴새없이 속도를 낸 덕분에 8시간동안 블레싱호에는 무려 738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가 실렸다.

▲'HMM블레싱호'의 출항을 위해 겐트리 크레인들이 밤새 컨테이너 적재 작업을 하고 있다. 하유미 기자 jscs508@
▲'HMM블레싱호'의 출항을 위해 겐트리 크레인들이 밤새 컨테이너 적재 작업을 하고 있다. 하유미 기자 jscs508@

과학적ㆍ효율적 적재방식…무게ㆍ도착지별 넘버링 = 수많은 컨테이너박스를 적재하는 방법은 매우 과학적이다. 모든 컨테이너의 무게, 도착지 등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선박 내 적재 위치를 정하고 번호를 매긴다.

가장 늦게 도착할 컨테이너, 배의 흔들림에 따라 버틸 수 있을 정도의 무거운 컨테이너는 제일 아래에 배치한다. 이번 닝보-부산 노선에는 무려 32톤에 달하는 컨테이너도 올라탔다.

또 전 세계 항만은 색깔로 구분해 목적지가 같은 컨테이너는 그룹핑해서 적재한다. 이 같은 데이터는 배와 육지 사무소에 모두 공유해 실시간 체크한다.

블레싱호에는 닝보에서 실은 738TEU를 포함해 총 6400TEU가 쌓였다. 지상 7층, 보이지 않는 지하에도 무려 9층까지 내려가며 적재돼 있었다. 1FEU(40피트 컨테이너) 기준으로 가로 20개, 세로 19개까지 형형색색 이어져 있다.

▲이덕형 'HMM블레싱호' 1등 항해사(중간)가 수천개에 달하는 컨테이너 적재 방식과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유미 기자 jscs508@
▲이덕형 'HMM블레싱호' 1등 항해사(중간)가 수천개에 달하는 컨테이너 적재 방식과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유미 기자 jscs508@

각 모서리마다 고정장치가 설치 돼 있어 한없이 쌓아올린 컨테이너들은 거센 바람에도 끄떡없다. 제일 아래부분에는 또 한번의 라싱(고정) 작업을 거쳐 2중으로 충격과 파손을 방지한다.

블레싱호는 새롭게 건조된 만큼 효율성도 개선됐다. 하나의 종류만 적재가능한 기존 선박들과 달리 1TEU, 1FEU를 함께 적재할 수 있도록 설계가 돼 있어 공간 활용도가 매우 높다. 아래 2개의 TEU를 나란히 배치한 후 그 위에 1FEU를 올리면 마치 레고처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컨테이너에 실린 내용물에 따라 맞춤형 관리도 철저하다. 특히 냉장·냉동 식품은 적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표기되는 온도와 상태를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간혹 지하에 적재된 컨테이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항해사들은 철재 사다리 하나와 손전등에 의지한 채 암흑과도 같은 지하로 내려가서 작업을 해야한다.

▲HPNT 야드에 적재돼 있는 수많은 컨테이너. 야드 크레인이 밤새 자동으로 컨테이너를 이동시키고 있다. 하유미 기자 jscs508@
▲HPNT 야드에 적재돼 있는 수많은 컨테이너. 야드 크레인이 밤새 자동으로 컨테이너를 이동시키고 있다. 하유미 기자 jscs508@

과학적인 적재 시스템과 효율적인 관리 덕분에 블레싱호는 7만톤에 달하는 무게를 감당하며 거센 파도와 바람을 헤치고 900km를 달려 부산 신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4차산업 혁명의 산실' 자동화 부산신항만= 지난해 말, 현대상선이 싱가포르 PSA와 함께 공동운영을 확보한 부산항만의 4부두(HPNT)의 야드는 4차산업혁명의 축소판이었다.

55만㎡에 달하는 야드에는 깜깜한 밤에도 수십개에 달하는 크레인이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특히 자동화 작업이 효율성을 높였다. 막 도착해 접안이 완료된 선박의 컨테이너는 12개의 겐트리 크레인이 알아서 하역작업을 진행한다.

하역이 완료된 컨테이너를 트럭이 야드까지 옮겨주면, 38개의 달하는 야드 크레인이 미리 지정된 자리에 커네이너를 척척 올려준다.

▲HPNT 직원이 야드 크레인이 자동으로 올린 컨테이너의 위치를 정확하게 지정하기 위해 조이스틱을 작동하고 있다. 하유미 기자 jscs508@
▲HPNT 직원이 야드 크레인이 자동으로 올린 컨테이너의 위치를 정확하게 지정하기 위해 조이스틱을 작동하고 있다. 하유미 기자 jscs508@

이 모든 과정이 수십개의 모니터에 다양한 각도로 잡히며, 적재 마지막 단계에만 사람이 관여한다. 단 0.1%의 오차도 없애기 위해 조이스틱으로 최종 자리를 지정해준다.

자동화, 효율화가 이뤄지고 있는 HPNT의 물동량은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물동량은 약 230만 TEU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전년 대비 증가한 250만~260만 TEU를 처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몇 년 전부터 2만TEU를 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부산 신항을 찾는 상황에서, 현대상선 역시 2만 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 도입을 앞두고 있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현대상선 부산운영팀 고상준 감독은 "특히 대형화 된 선박에 맞춰 장비도 개선 작업 중"이라며 "겐트리 크레인의 높이를 최대한 올리고 있으며, 엄청나게 쏟아질 물량에 대비해 야적 크레인 역시 보다 높이 쌓을 수 있도록 능력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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