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월 전자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주재한 ‘글로벌 경영환경 점검·대책 회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말처럼 삼성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세계 1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 오너 3대의 과감한 투자가 있었다.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은 1986년 삼성전자 반도체 세 번째 생산라인 착공을 결정했다. 당시 전 세계는 오일 파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D램 시장은 불황이 지속됐던 시기다. 업계 내외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이 결정은 1988년 D램 시장이 대호황기를 맞으며 재평가를 받았다.
이건희 회장은 2008년 4분기 충격적인 7400억 원의 영업적자를 받아든 뒤 이듬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2009년 반도체 부문에 당시로써는 역대 최대인 7조 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경쟁사였던 하이닉스반도체가 투자금을 오히려 1조 원 줄인 것과 대비되는 행보였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의 출혈 경쟁으로 치킨게임이 벌어졌던 2012년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 영업이익도 2년 새 반 토막이 났다. 당시 2위 업체였던 도시바는 30% 감산을 단행했다.
이때 이건희 회장은 뜻밖의 결정을 내렸다. 3월에 중국 시안 공장 투자를 발표했고, 7월 경기도 평택에 100조 원을 투입,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모두가 움츠릴 때 과감한 결단을 내린 삼성이 ‘반도체 치킨게임’ 승자의 독식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초 항소심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된 이후에도 대규모 투자 방안을 계속 내놓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미래성장 기반 구축을 위해 3년간 총 180조 원을 신규 투자하고 4만 명을 직접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단일 그룹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고용 방안이었다.
특히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바이오, 전장부품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에 투자를 집중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혁신 생태계’ 조성을 선도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어 올 4월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연구개발(R&D) 및 생산기술 확충에 총 133조 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는 내용의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했다.
이날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 투자 계획도 “긴 안목으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하락, 미·중 무역 전쟁, 일본 수출 규제, 자신의 재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검찰수사 등 대내외 악재에도 앞서 발표한 투자·계획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의사결정은 적어도 10년 후를 내다보며 이뤄지는 것으로, 총수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