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 산다"… 기업들 선제 구조조정 나섰다

입력 2019-10-09 17:58 수정 2019-10-1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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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ㆍLG전자 공장 이전 및 폐쇄, 자동차 中생산시설 매각 추진

산업계가 혹독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전자·자동차·항공·석유화학 등 업종을 가릴 것 없이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거나 생산라인 축소 및 해외이전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업들이 질서있는 선제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유례없는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봉착한 탓이다.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경제보복과 근로시간 단축·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내수침체 역시 끝이 보이지 않는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은 9개월째 내리막길이다. 그런데도 규제 해소 등 기업의 숨통을 트이게 할 법안들은 여전히 국회에 묶여있다. 특히 4분기가 시작되는 이번 달은 내년 경영 전략을 짜는 중요한 시기다. 벼랑 끝에 선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더욱 과감한 결단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LG전자는 잇따라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이전하거나 폐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 중국 내 마지막 남은 휴대전화 생산공장인 후이저우 공장의 문을 닫는다.

현지 인건비가 크게 높아지면서 삼성은 지난해 톈진 공장을 닫은 데 이어 중국에서 휴대폰 공장을 완전히 철수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올해 4월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 하이퐁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했고 이는 3분기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패배한 LCD(액정표시장치)를 포기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완전히 방향을 틀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투자에 올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충남 아산 사업장의 LCD 생산라인 가동을 일부 중단하고, 이 라인을 QD(퀀텀닷)-OLED로 전환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자동차 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단순히 마른 수건을 짜내는 차원을 넘어 고정비 지출이 크고, 생산 효율성이 떨어지는 중국 공장 등을 상대로 폐쇄 또는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항공업계도 과감히 노선 정리에 들어갔다. 올 하반기 시작한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일본행 항공편의 탑승률이 급감하면서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을 폐지하거나 잠정 운휴에 돌입했다.

재계 관계자는 “외환 유동성만 나을 뿐이지 기업인들이 느끼는 경영위기는 과거 외환위기 수준”이라며 “출구가 보이지 않는 대내외 악재가 가득하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야 할 정도로 절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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