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올해 안에 ‘발전용 가스 터빈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한다. 발전용 가스 터빈은 액화천연가스(LNG)를 태워, 발전기를 움직이는 LNG 발전소의 핵심 설비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발전용 가스 터빈은 149기 모두 독일 지멘스나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일본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MHPS) 등 외국 제품이다.
그간 정책이 기술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시장 확보가 핵심이 될 것이란 게 산업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두산중공업 등이 정부 지원으로 1500℃급 가스 터빈 기술을 국산화했지만 시장 확보는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발전 공기업이 운영 중인 대형 발전소를 중심으로 국산 가스터빈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실증단지를 조성한다. 올 연말에 발표할 중기 전력 정책인 제9차 전력수급계획에서 1GW급 실증단지를 지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산업부는 민간과 함께 실증단지를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다만 실증 과정에서 발전 효율 하락과 그로 인한 발전사 손실 보전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산 가스 터빈은 외국 제품보다 발전 효율이 2%포인트가량 떨어진다고 알려졌다. 산업부는 이 같은 난제를 풀기 위해 실증용 발전소에는 환경부담금이나 LNG 도입에 붙는 제세부담금을 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장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국산 가스 터빈의 성능 개선을 위한 R&D 지원도 확대된다. 산업부는 내년 민간 기업, 공기업 등과 1600℃급 고효율 가스 터빈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1600℃급 가스 터빈을 개발하면 외국 경쟁사보다 효율 면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산업부는 날씨 등에 따라 발전량이 급변하는 신재생에너지를 보완할 중소형 가스 터빈 R&D 사업도 검토 중이다.
발전용 가스 터빈 국산화가 마무리되면 문재인 정부의 LNG 발전소 확대 정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LNG 발전소 설비 용량을 올해 38.2GW에서 2030년 44.3GW로 16% 늘릴 계획이다. 여기에 석탄 발전소의 연료 전환이나 노후 터빈 교체를 고려하면 국산 가스 터빈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손정락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산 발전용 가스 터빈이 나오더라도 앞서 사업을 하는 나라들이 있어서 시장이 안 열릴 가능성 있다”며 “국산 제품이 초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길을 터주는 게 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