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분쟁, 한일 경제 갈등 등 ‘불확실성’이 한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서는 “자력 생존을 위해 기존 제조업이 아닌 신(新)제조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제조란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투데이는 한국인더스트리 4.0협회 명예회장이자 신제조 전문가로 꼽히는 임채성 건국대학교 교수를 만나 신제조에 대한 생각과 과제를 들어봤다.
‘신제조의 개념을 쉽게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임 교수는 잠시 허공을 보며 생각을 정리하는 듯했다. 그리고 이내 설명을 시작했다.
임 교수는 “신제조는 서비스화된, 인터넷 비즈니스화된 제조업이라 생각하면 된다”며 “신제조라는 용어는 새로운 현상의 포착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서 (신제조와 관련해) 중요한 것을 걸러내 정리,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치과용 기기 제조업을 영위하는 국내 A사를 신제조의 대표 사례로 들었다.
임 교수는 “A사는 치과용 임플란트를 만드는데, 임플란트 시술에 관한 연구를 국내 198건, 해외 76건 수행했다”며 “회사는 이러한 노하우를 디지털화해 시술의 정확성을 높이는 기술과 관련된 보철물 제작 및 맞춤형 시술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시술 도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하드웨어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 갖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제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사회 전반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신제조가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제조업계에서 정보통신기술(ICT)과의 결합은 ‘공장인력 감소’로 통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 교수는 이 주장을 반박하며 고용 증감은 오히려 경쟁력 강화와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신제조를 자동화로 보고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은 (일자리에 대해) 공장 내부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산업은 공장 인력을 밖으로 빼내서 옆 건물의 사람을 늘리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고 했다.
이어 “삼성전자에 가보면 알 수 있는데, 공장 가면 사람이 없지만, 그 옆 빌딩에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예를 들어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한다고 했을 때, 회사가 이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면 고용이 늘 것이고 못하면 고용은 줄게 될 것”이라며 “그렇다고 한다면 신제조를 통해 어떻게 경쟁력을 강화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신제조를 준비해야 할까. 임 교수는 ‘프로세스’ 확립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프로세스 확립의 주체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 돼야 한다고 주창했다.
임 교수는 “사고를 오픈해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하고, 디자인하는 빠르게 움직이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단일 기업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고, 외국처럼 기업과 기업이 상호 연결돼 공동대응 해야 하는데 국내 기업들은 내부 정보를 공개를 꺼린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처럼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민간 차원에서의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기업을 중심으로 신제조업 대응을 위한 인더스트리얼 산업용 인터넷 컨소시움(IIC: 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이 2014년 출범해 구심체 역할을 하고 있다.
임 교수는 기업에 ‘전향적 태도’를 거듭 요구했다.
그는 “프로세스가 우선한 가운데 기업의 고민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정부에 전달될 때 정책도 스마트하게 움직일 수 있다”며 “기업들이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스스로 찾아내고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한데, 정부만 바라보면 경쟁력이 강화되진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