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지역별로 미분양 주택이 줄었는데도 최근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이 떨어진 지역이 7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미분양 주택이 감소하면 집값 하락세가 멈추면서 아파트 시장이 개선되는 모양새를 보이지만, 서울과 대전, 대구, 광주를 제외하고 그 외 지역은 호재로 작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27일 KB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인 KB부동산 리브온에서 국토교통부 미분양 주택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해 말 대비 미분양 증감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을 분석한 결과 미분양 주택이 감소한 10곳 중 7곳은 집값이 떨어졌다.
지난해 말 대비 미분양 주택은 129개 지자체 중 54곳에서 감소했다. 하지만 미분양 주택이 줄어든 지역 중 75%인 41곳의 올해 아파트값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분양 주택이 일부 해소됐지만 아파트 매매시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17개 시·도 기준으로 미분양 주택이 줄어든 지역 중 대전(2.6%)과 광주(0.2%) 두 곳만 오르고 경북(-3.9%), 충북(-3.0%), 전북(-3.0%), 충남(-2.7%), 제주(-1.0%) 지역은 하락했다.
경북, 충북, 충남 지역은 미분양 주택이 1000가구 이상 줄었는데 누적된 물량으로 아파트값 하락폭이 컸다. 7월 기준 경북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말 대비 1478가구 줄면서 7517가구 남아있다. 충남은 6201가구, 충북은 3236가구가 각각 미분양 주택으로 누적돼 있다.
시·군·구로 살펴보면 경기도는 미분양 감소 지역 12곳 중 9곳에서 아파트값이 떨어졌다. 안성(-3.3%), 동두천(-0.9%), 용인(-0.8%) 지역은 미분양 주택이 50가구 이상 줄었지만 아파트값은 하락했다. 경기도 안성과 용인은 주변지역인 평택과 화성 등 2기신도시에서 새 아파트 입주가 이어져 물량 압박을 받고 있다.
미분양 주택이 줄어든 지역 중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른 곳은 54곳 중 13곳으로 집계됐다. 아파트값이 오른 곳은 지하철 개통을 앞두거나 교육 환경이 우수한 지역으로, 경기도는 GTX-B 노선이 지나가는 구리(1.9%), 부천(1.8%), 남양주(0.8%) 3곳에서 미분양 주택들이 팔리고 아파트 가격도 현재까지 상승했다.
대구 수성구는 우수한 학군 영향으로 신규 아파트 수요가 꾸준히 이어져 0.5% 올랐다. 전남은 광양(1.0%), 순천(0.1%) 두 곳, 인천은 계양구(1.5%), 남동구(0.1%) 두 곳, 대전은 유성구(4.7%), 중구(2.7%), 대덕구(0.2%) 등 4곳, 광주는 광산구(0.2%)에서 아파트 가격이 각각 올랐다.
미분양 주택이 늘어난 지역 39곳 중 30곳의 아파트값은 하락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2529가구로 지난 해 말 대비 6.2%(3691가구) 늘었다.
올해 9월 16일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1% 떨어졌다. 지방 경기가 힘든 상황에서 미분양도 늘어나 아파트값 하락을 면치 못했다. 서울(0.6%)과 대전(2.5%), 대구(0.4%), 광주(0.2%)를 제외하고 13개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서울은 미분양 주택이 지난해 없다가 137가구 늘어난 강동구의 아파트값이 0.35% 떨어졌고 경기도에서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은 평택은 아파트 매매가격이 4.8% 하락했다. 지난해 말 대비 1356가구 늘어나 2213가구가 쌓여있다.
이미윤 KB부동산 리브온 차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가해지고 있지만 풍부한 유동자금과 저금리 영향으로 호재가 있는 곳은 기존 집값이 오르면서 미분양도 감소했다”며 “하지만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집중되거나 지역 경기가 침체된 지방 중심으로 기존 아파트값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