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는 현 대표 이사인 한상범 부회장이 실적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16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이를 수용하고 정호영 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내년 3월 주총과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절차를 밟게 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 이사회는 ‘책임경영’과 ‘성과주의’라는 LG의 인사원칙을 반영하고, 조직 분위기를 쇄신해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를 바라는 한 부회장의 뜻을 존중해 사퇴 의사를 수용했다. 앞으로 새로운 사령탑을 중심으로 사업전략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정 사장은 LG전자 영국 법인장을 거쳐 주요 계열사에서 CFO 및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을 넘나드는 통찰력을 발휘해 LG디스플레이가 직면한 어려운 국면을 타개할 적임자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특히 2008년부터 6년 동안 LG디스플레이 CFO로 재직하며 사업전략과 살림살이를 책임진 바 있어,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자진 퇴진을 선택한 한상범 부회장은 2012년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후 그 해 2분기부터 2017년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LG디스플레이가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그러나 지난해 1분기 회사가 6년 만에 첫 영업손실을 내면서 시련이 시작됐다. 한 부회장은 작년 4월 ‘비상 경영’을 선포하며 위기 돌파에 나섰지만, 같은 해 3분기 창사 이래 최초로 희망퇴직에 나서는 등 회사 사정은 급격히 어려워졌다. 특히 올해 1분기와 2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낸 후, 또다시 희망퇴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업체들의 패널 공급 확대로 주력 사업인 LCD 패널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LG디스플레이의 누적된 영업적자는 5008억 원에 이른다. 3분기 역시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LG디스플레이 매출에서 LCD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을 차지한다. LCD에서 발생한 수익을 OLED에 투자해야 하지만 LCD 판가 하락으로 현금 창출에 애를 먹고 있다.
한편, 이번 이사회 결의에 따라 한상범 부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며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게 된다. 신임 정호영 사장은 오는 17일부터 집행 임원으로서 공식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