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이 6~1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중 하나로 꼽히는 ‘IFA 2019’에서 향후 가전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친다.
중국은 800개가 넘는 업체가 행사에 참여하고, 일본은 스타트업간 기술을 공유하는 부대 행사에서 혁신 파트너 국가로 선정됐다.
이들에 맞서 삼성, LG는 향상된 AI(인공지능) 엔진이 적용된 8K TV, 프리미엄 생활 가전 등을 전시해 ‘글로벌 가전 시장의 강자’란 지위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한국의 주도권 초강화 전략, 중국의 물량공세, 일본의 혁신기술이 상호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언론과 관람객들의 시선잡기에 나설 전망이다.
◇ 최다 참가 업체 ‘중국’·IFA 넥스트 첫 글로벌 혁신 파트너 ‘일본’ = 올해 IFA에 참여하는 중국 업체는 882개로, 전체 참가 기업 및 관련 단체(1856개) 중 무려 48%나 차지한다. 우리나라 참여업체(89개)와 비교했을 때도 약 10배에 달한다.
중국은 이번 IFA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인 지위를 확보할 계획이다.
하이센스, TCL, 하이얼, 창훙 등 TV 업체들은 양산용 8K TV를 전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화웨이는 5G(5세대 이동통신)로 연결된 스마트 TV와 자체 스마트폰 칩인 기린 990프로세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화웨이의 CEO 리처드 위는 오프닝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일본(25개)의 경우, 중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와 비교해도 참가업체 규모가 작다. 최근 TV 외에 다른 가전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해진 데 따른 결과다.
그럼에도 IFA에서 일본의 존재감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IFA 주최 측이 진행하는 행사인 ‘IFA 넥스트(NEXT)’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글로벌 혁신 파트너의 첫 번째 국가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시작된 IFA 넥스트는 전 세계 스타트업이 참여해 혁신기술을 소개하는 행사다.
◇프리미엄 가전 앞세운 삼성ㆍLG = 중국과 일본의 견제에 우리나라는 프리미엄 가전을 통해 우위를 가져간다.
삼성ㆍLG는 올해 IFA에서 각각 8K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 풀라인업과 88형 8K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전시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아직 8K 관련 콘텐츠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8K TV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기준은 기존 동영상을 8K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AI 기술이다”라며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삼성, LG와 중국 업체 간에 큰 격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생활 가전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인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공개한 바 있는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BESPOKE) △의류청정기 에어드레서 △무선청소기 제트 △공기청정기 무풍 큐브 등을 전시한다.
특히 비스포크 냉장고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원하는 제품 타입을 선택할 수 있는 모듈형 냉장고이다.
LG전자는 인공지능 DD(다이렉트 드라이브)모터가 적용된 드럼세탁기를 공개한다.
이 제품은 인공지능 DD모터가 의류 재질, 무게를 분석해 고객에게 최적의 세탁 방법을 제시한다. 제품 내부에 있는 리프터 소재를 플라스틱에서 스테인리스로 변경하는 등 내구성도 강화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가 침체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국내업체들이 고가 프리미엄 시장 공략과 함께 중국업체에 맞설 수 있는 어떤 고(高)가성비 제품을 내세울 지도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