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후폭풍이 거세다. 공급 부족 우려에 서둘러 청약에 뛰어드는 수요자들로 서울 신규 분양단지 청약경쟁이 치솟고 있고, 낮은 가격의 ‘로또 분양’을 기대하며 전세로 눌러앉은 대기수요로 전셋값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집값 안정 위해 꺼내든 분양가 상한제가 오히려 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경쟁률 최고 수천대 1…8·2대책 이후 1순위 최고 기록
29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전날 진행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 아파트 1순위 청약에서 경쟁률이 203.75대 1에 달했다. 89가구를 모집(특별공급 제외)하는데 무려 1만8134명이 몰린 것이다. 2016년 수도권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아크로 리버뷰’(평균 306대 1)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17년 8·2 부동산 대책 이후로는 최고 경쟁률이다. 단 한 가구 공급된 전용면적 84㎡E형은 경쟁률이 1123대 1까지 치솟았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2813만원으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됐다. 모든 면적이 9억원 이하여서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 수요자가 몰릴 것으로 예견됐다.
하지만 이처럼 폭발적인 경쟁률이 나온 것은 분양가 상한제 영향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청약가점이 높은 무주택자들은 ‘로또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에 청약에 대거 뛰어들겠지만 가점이 낮은 수요자들은 상한제 시행 전에 나오는 물량을 서둘러 잡으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위축되면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감이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을 키우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달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시사한 이후 서울에서 분양했던 ‘등촌 두산위브’와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e편한세상 백련산’ 등이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인 것도 새 아파트 공급 축소 우려감이 반영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달 서울지역 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1만9679명 늘어났다. 6월 증가분(6940명)의 2.8배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가격을 낮춰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취지와 달리 분양가 상한제가 결국 청약시장에 대한 관심을 과도하게 증폭시키고, 청약시장 진입 시기에 대한 불안감만 키우고 있는 셈이다.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복잡한 셈법을 거치며 분양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 상한제를 적용받는 것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선분양으로 방향을 튼 ‘래미안 라클래시’(서울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단지)가 대표적이다. 내달 서울에서는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개나리4차 재건축 단지),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거여마천뉴타운), 서대문 푸르지오 센트럴파크(홍제1구역) 등 2479가구의 일반분양 물량이 줄줄이 쏟아진다.
◇서울 전셋값 9주 연속 상승..오름폭 커져
전세시장도 분양가 상한제 직격탄을 맞는 모습이다.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로또 분양’을 기다리려는 전세 수요가 늘면서 서울의 경우 전셋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첫 주 상승 전환한 뒤 줄곧 오름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주 서울 25개 자치구 중 동대문·중랑·서대문구가 보합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들은 전셋값이 일제히 동반 상승했다.
이번 주는 종로구 한 곳만 하락했을 뿐 나머지 지역들은 상승폭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전셋값이 날뛰던 서초구는 11주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이주수요가 전세시장에 흡수되면서 가격을 밀어올린 데다 학군수요와 새 아파트의 높은 실거주 비율까지 겹쳐 전세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특히 낮은 분양가를 기다리는 청약 대기 수요가 ‘전세 버티기’로 돌아서면서 전셋값 상승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으로 로또 분양을 기다리며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가 늘면 가뜩이나 불안한 서울 전세시장을 더 들썩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