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여전히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생존권 투쟁을 위한 파업이 일파만파 퍼져가고 있어 조선사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22일 연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각각 개별 부분파업, 상경 집회를 벌였으며 이번에는 업계 전반에 걸친 노동자들이 함께 대대적인 연대 파업을 앞두고 있다.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 날은 올 여름 뜨겁게 달아오른 하투(夏鬪)의 절정인 '대규모 연대 총파업'이 예고된 날이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약 7시간 가량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을 중심으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성동조선, STX조선, 한진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 노조가 연대를 구성해 총파업에 나선다.
또 수천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은 공동으로 오후 3시30분께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상경투쟁을 벌일 방침이다. 이들은 정부에 구조조정 중단 촉구는 물론 조선업 현황과 그에 따른 요구사항을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지난 19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잘못된 조선산업 정책으로 지난 4년간 10만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고 주장하며, 총파업 배경을 설명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이번 파업의 목적은 2가지"라며 "하나는 조선업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문제제기, 나머지는 중소 조선사들에 대한 지원책 요구"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조선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상당수 노동자들이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에 내몰렸으며,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면서 "하지만 조선업은 여전히 국내 중요한 기간산업이며, 중국과 일본보다도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정부가 알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잇단 파업이 안그래도 수주실적이 아쉬운 업계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감도 나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주 실적이 바닥을 찍으며 살아날 것으로 기대됬지만, 올 들어 미·중 무역 분쟁 여파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면서 다시 선박 수주도 주춤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7월까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182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43%나 줄었다.
국내 조선 3사의 수주 실적도 하반기에 접어 들었지만, 목표치의 절반을 채우지 못한 상황이다. 7월 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 목표인 159억 달러의 약 30%, 대우조선해양은 목표 84억 달러의 33%, 삼성중공업은 78억 달러의 54% 가량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