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존슨앤존슨(J&J)이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에 대한 책임으로 거액의 벌금을 물게 됐다.
2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미국 오클라호마주 클리블랜드 카운티 법원은 이날 J&J에 오피오이드 문제를 야기한 책임을 물어 벌금 5억7200만 달러(약 7000억 원)를 부과했다. 오피오이드 남용과 관련해 미 제약사에 책임을 물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드 보크먼 판사는 수천 명의 오클라호마 주민들의 건강이 악화한 사실을 지적하며 “J&J가 오피오이드와 관련해 잘못된 판매정책으로 오클라호마주를 위험에 빠트렸다”며 “긴급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오피오이드가 남용되면서 사망자가 속출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P)에 따르면 1999~2007년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40만 명이 사망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마이크 헌터 오클라호마주 법무장관은 지난 2017년 J&J와 퍼듀, 테바 등 3대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오피오이드의 중독성 등 위험을 축소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의사들을 설득해 경미한 통증에도 이 약을 처방하도록 해 사회문제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오클라호마주 소송 관련 서류에 따르면 2017년 시간당 479건의 오피오이드가 처방됐다. 2000년 이후 남용으로 죽은 오클라호마 주민만 6000명이 넘는다. 이로 인해 주 정부가 지출한 비용은 최대 175억 달러에 이른다.
헌터 법무장관은 벌금으로 175억 달러를 청구했으나 이날 법원은 크게 낮춘 5억7200만 달러만 인정했다.
이번 판결이 주목받는 것은 미국에서 현재도 1600건 이상의 유사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CNBC는 이번 재판 결과가 향후 관련 소송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J&J는 항소할 뜻을 밝혔다. 회사 측은 “우리는 오클라호마주에 오피오이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며 “주 정부도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J&J 외에 퍼듀와 테바는 소송이 시작되기 전 각각 2억7000만 달러, 8500만 달러를 내기로 합의하고 소송을 종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