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무더위가 조금 다소곳해진 날씨 속에 방문한 충북 제천시 한수면 북노리에 위치한 다목적댐 청풍호에는 수면 위로 가로 137m, 세로 94m의 직사각형 형태로 태양광 모듈이 즐비하게 펼쳐져있었다. 이곳은 국내 최대 내륙 수상태양광 발전소인 ‘한국수자원공사 청풍호 수상태양광 발전소’. 1년동안 1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인 3MW(메가와트)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이다.
10분여 남짓 배를 타고 들어가자 수상태양광 발전소가 눈 앞에 다가왔다. 임야나 주택 지붕 등 육상에서나 볼 수 있던 가로·세로 1·2m의 태양광 모듈이 물 위에 떠있었다. “이런 곳에 물고기가 살 수 있나”라는 의구심이 드는 순간 모듈을 떠받치는 부유식 구조물 사이를 유유히 돌아다니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눈에 띄었다.
주인호 한국수자원공사 물에너지처 부장은 “청풍호 수상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9년의 모니터링 결론은 환경적으로 문제는 없다는 것”이라며 수상태양광이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는 오해를 풀고 싶다고 했다.
청풍호 수상태양광 발전소는 기본 설계부터 환경을 고려했다. 주 부장은 “수상태양광 전용 모듈을 사용했는데 육상용과는 달리 셀과 셀을 연결하는 전선을 납에서 주석으로 바꿨다”며 “부력통, 구조체 자체를 정수장에서 물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기준으로 검사해 합격된 제품만 썼고 20년 후 수명이 다해서 거둬낼때 자원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을 쓴다” 고 설명했다. 발전소 역시 댐 내 0.03% 수역만 사용하고 있다.
수상태양광 발전소는 사회적 가치까지 올리는 긍정적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주 부장은 “이 발전소를 이곳에 설치한 이유가 황강, 한천리 7가구 정도의 전기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라며 “또 연간소득원이 적은 어업 주민들을 위해 판매까지 할 수 있도록 수산물 집하장(판매장)을 건립했으며 이것이 재생에너지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최근 청풍호 수상태양광 발전소에는 외국 바이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수자원은 풍부하나 국가적인 전력망이 부족해 독립적인 발전소를 조성하기 위해 대만, 말레이시아 등 전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수상태양광 국가인 한국을 찾고 있는 것이다.
수상태양광의 발전 가능성은 매우 크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전 세계 저수지 수면 기준으로 1%의 면적에 수상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는 설비 용량이 404GW에 달한다. 설비 용량 기준으로 석탄화력발전소 404기(1GW급 발전소 기준)를 대체할 수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역시 농업기반시설인 저수지, 담수호, 용배수로만 활용해도 약 6GW의 잠재력이 있다.
국내 업체들도 수상 태양광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세계 1위 태양광 셀 생산 기업인 한화큐셀은 국내에서 약 30MW의 수상태양광발전소에 제품을 납품했거나 건설에 참여했으며 납(Pb)이 포함되지 않은 자재만을 사용한 수상태양광 전용 모듈인 큐피크 듀오 포세이돈을 출시하기도 했다.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동남아 사업부 상무는 “전 세계 저수지 수면의 1%에 수상태양광 발전소가 단계적으로 건설된다면 향후 500조 원 이상의 세계 시장이 열리게 된다”며 “우리 기업들이 충분히 경험을 쌓는다면 수상태양광은 한국 기업들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수상태양광 시장은 2010년대 초 본격 논의를 시작했지만 발전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수상태양광이 수질오염과 중금속 검출 등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한다는 오해 때문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지난 2011년부터 합천호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환경모니터링과 연구를 진행한 결과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노태호 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사는 “수질, 수생태에 대한 조사를 했는데 7년전과 비교해 발전 설비의 영향을 받는 수역과 그렇지 않은 수역 간 큰 차이가 없었고 대부분 항목이 기준치 이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