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양판점이 위기다. 온라인 공세에 이어 백화점과 대형마트까지 ‘가전’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가전양판점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는 자체 온라인몰을 강화하고 는 PB(자체브랜드)상품을 내놓으며 반전을 꾀하고 있자만 이들의 공세를 막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2분기 매출 1조709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5% 줄었다. 영업이익은 458억원으로 무려 31.5%나 급감했다. 회사 측은 온라인 시장과의 가격 경쟁 심화에 따른 판매 단가 하락과 전년보다 무더위가 덜한 탓에 6월 에어컨 등 계절 가전 매출이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비상장사인 전자랜드 역시 2분기 보릿고개를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가전제품 판매 주도권 역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히 옮겨가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의 가전제품 거래액은 작년 3분기 전년 동기비 19.5%로 뛰더니 4분기에는 26.0%로 확대됐다. 올해 1분기 24.4%에 이어 2분기 역시 25.5%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11번가는 2분기 세탁기·건조기 매출이 18%, 냉장고 역시 5% 올랐다.
여기에다 오프라인 매출마저 백화점에 밀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롯데백화점의 가전제품 매출 증가율은 27.2%, 7월에도 10.1%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역시 상반기 가전 매출 신장률이 각각 27.2%, 24.5%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홍영 현대백화점 가전바이어는 “공기청정기와 건조기, 의류관리기 등이 필수 가전으로 떠오르면서 가전 상품군 매출이 늘고 있다”면서 “특히 1~2인 가구의 프리미엄 가전제품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관련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비 패턴에 맞춰 백화점들이 가전 사업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가전양판점으로서는 부담이다. 최근 롯데백화점 본점은 음성인식 스피커인 ‘갤럭시홈’을 활용해 조명과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삼성 IoT 체험관’을 설치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독일 프리미엄 냉장고 르페르의 팝업스토어를,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이탈리아 가전 브랜드 스메그의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롯데백회점 본점과 부산광복점, 현대백화점의 목동점, 판교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센텀점 등 주요 매장을 프리미엄 스토어로 전환했다.
이마트의 일렉트로마트 역시 걸림돌이다. 이마트는 미래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일렉트로마트는 출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렉트로마트의 올 7월까지 매출 신장율은 약 40%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기준 39개 점을 보유한 일렉트로마트는 하반기에도 10여 개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는 롯데하이마트의 전략은 온라인 사업 강화다. 이 회사는 2016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에 통신판매업을 추가했고, 3월에는 여행업과 식음료판매업 등을 추가하며 종합 쇼핑몰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실제로 하이마트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패션잡화와 뷰티, 식품 등을 판매하며 인지도를 쌓는데 주력하고 있다. 가전 제품 판매를 위한 미끼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 쇼핑몰 최저가 보상제의 정례화 전략도 검토 중이다.
PB 상품에도 집중한다. 2016년 ‘하이메이드’를 론칭하고 PB시장에 뛰어든 하이마트는 계속 상품 수를 확대하고 있다. 3월 에어프라이어, 6월 전자동 스탠딩 책상을 내놨으며 무선 이어폰과 냉장고까지 선보였다. 하이마트 측은 “향후 온라인의 편리함과 오프라인의 체험을 결합한 옴니스토어를 확대하고, 프리미엄 및 차별화 상품 운영 등을 통해 채널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랜드는 온라인몰의 판매 상품 가짓수를 늘리고, 다양한 할인 행사로 맞서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하나로마트와 탑마트, 메가마트 등에 입점하는 숍인숍 개념의 ‘인샵’도 확대해 집객 효과를 노린다. 9월 전주 하나로마트점을 시작으로 연내 5개 가량 오픈할 계획이다. 연내 약 10곳의 점포 리뉴얼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