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2019-07-30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일본이 1건의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허가했지만 한국 산업계는 여전히 ‘신음소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파국·파행·파업’ 등 3파 쇼크 때문이다. 한·일, 미·중 등 국제 무역 관계가 ‘파국’의 위험에 처해있는데다 글로벌 분업체계는 파행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와중에 국내에선 노조의 파업 리스크가 물밑에서 꿈틀대는 형국이다.
◇대공황에 버금가는 관세전쟁, 최대 피해자는 한국=중국 제품에 대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다음 달 20%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됐다. 11일 미국의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분석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계획대로 다음 달 중국에 추가관세(10%)를 부과하면 중국 제품 전체에 대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1.5%를 기록하게 된다. 양국의 통상갈등이 격화하면서 무역전쟁이 1930년대 대공황을 심화한 미국의 보호무역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우리나라는 무역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7년 반도체 등 대중(對中) 중간재 수출 비중은 전체의 80%에 달한다. 미국의 관세부과로 인해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 결국 중간재를 중국에 공급하는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지난해 중국향(向) 수출액은 1622억 달러로 지속적으로 성장해왔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미·중 분쟁이 심화되며 두 자릿수 역성장했다.
한국에 대한 2차 경제보복에 나선 일본조차도 미국의 중국에 대한 보복 조치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표명하는 상황이다. 소재·부품을 우리나라에 공급해 중간재를 중국에 넘기는 글로벌 가치사슬이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1960년대 이후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이 상호의존적 경제체제를 심화시키며 발전해 왔는데, 이 틀이 흔들릴 경우 중간재 중심의 수출경제에 뿌리를 둔 우리나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로벌 분업의 붕괴, 국산화로 해결 난망=반도체 업계 고위관계자는 “지금 반일(反日)열풍이 불면서 모든 소재와 부품을 국산화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정치권이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포퓰리즘”이라고 일갈했다. 불가능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방직섬유, 석유, 석유·정밀화학, 차량·항공기·선박 등 48개 품목의 대일 수입의존도가 90%가 넘는다. 공작·정밀기계 등의 일본산 부품은 전체의 30∼40%를 차지했다.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을 필요하지만 이 많은 제품을 국산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할 필요도 없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미국 애플은 자체 공장 없이 대만 폭스콘 등 해외 공장에서 위탁생산 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해외 업체에서 조달받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일본에서 소재 등을 사들인다. 그렇게 완성된 제품이 전 세계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외신에서 마이크론이 지난 4월 대만 타오위안에 새 D램 공장 건설을 시작한데 이어, 일본 히로시마에도 20억 달러를 들어 13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한 라인을 깔 예정이라고 보도했는데 일본이 D램 반도체에 재진입을 본격화하는 것으로도 풀이될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국제분업체제가 흔들리면 어느 나라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파업권 쥔 노조에 눈치보는 기업들=현재 파업조건을 갖춘 곳은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한국지엠(GM), 기아차 등이다. 일본 경제보복 여파를 다소 벗어나 있는 기업들이다. 어느 때보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여름휴가 시즌 이후 노조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미지수다.
현대차 노조는 13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올해 임단협과 관련해 사측과 교섭을 재개할지와 파업 여부, 일정 등을 논의한다. 기아차는 이 같은 일정이 12일 계획돼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 결과 조정 중지 결정을 받기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파업찬반 투표에서 파업 찬성표 과반을 받아 언제든 파업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현대중공업 역시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12일 쟁의대책위원회를 개최한다.
차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환경에서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차업체들이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빚을 경우 충격과 손실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