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에 나선 기업들의 사업재편이 곳곳에서 노동조합의 ‘딴지걸기’로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의 반발로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지연되거나, 구조조정 노력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한국경제 전반에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민과 일부 귀족노조 사이에 퍼지고 있는 반기업 정서가 단순한 주장을 넘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정부의 균형 있는 조치를 주문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한국지엠(GM) 등 임금 및 단체협약이 진행 중인 업체들의 ‘하투’ 가능성이 위기 극복의 변수 중 하나로 떠올랐다.
현대자동차 사측은 올해 성과급을 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에 최저임금 위반을 해소하기 위해 단협 위반을 택해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GM은 교섭장소를 놓고 회사와 노조가 극한 대립을 벌여 아직 상견례조차 열리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소식지에서 “지난해 영업적자를 낸 것은 무능한 경영이 가장 주된 요인임에도 오너들은 천문학적인 임금과 배당금을 받았다”며 “일방적인 조합원의 양보만을 강요한다면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선업 회생의 키를 쥐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노조에 발목이 잡혔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물적분할(법인분할)을 반대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올해 임금협상을 한 번도 열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쟁의 조청 신청을 제기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경영 실적은 악화되고 있고 청년 실업률은 치솟는데 노동계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기피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사회적 대타협(네덜란드)이야말로 노동 문제를 구조적으로 풀기 위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고용도 방해한다. 노용진 서울과기대 벤처경영학과 교수의 논문 ‘노동조합의 고용 효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조가 한국의 고용증가율을 매년 1.3∼2.3%씩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 교수는 논문에서 “노조의 고용 효과를 수치화해 보면, 우리나라 노조의 고용증가율에 대한 부정적인 효과는 모형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1.3∼2.3%에 분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단체에서도 반기업 정서가 기업을 위축시키는 상황이 심각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ILO 총회 연설에서 “노사정이 기득권과 익숙함에 집착하지 말고 고용 형태, 비즈니스 환경, 근로 환경 변화를 인정하고 고용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연하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노동 규제를 개혁해 가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