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급락한 데 이어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올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2.90%, S&P500지수는 2.98%, 나스닥지수는 3.47% 각각 빠졌다.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961포인트까지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차 대중 관세를 발표한 1일부터 3거래일 간 낙폭은 1147포인트로, 미국 증시 시총 1조5000억 달러(약 1900조 원)가 증발했다. 특히 애플이 5%, IBM이 4% 각각 빠지는 등 미국의 4차 대중 추가 관세의 영향권에 있는 기업들의 하락이 심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공포심에 무차별 매도 현상이 나타난 영향이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40% 가까이 치솟으면서 24선을 넘으며 7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도 2.3% 급락했다.
국제유가도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1.7%(0.97달러) 하락한 54.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10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3.4% 급락한 배럴당 59.81달러를 나타냈다.
반면 안전자산인 금과 미국 국채에는 강력한 매수세가 유입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물 금 가격은 1.3% 오른 온스당 1464.60달러로 2013년 5월 이후 6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2bp(bp=0.01%포인트) 하락한 1.735%로 2016년 11월 9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리세션(경기침체)’의 바로미터인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다시 나타났다.
이날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대중 추가 관세를 선언한 후 양국 간 대립이 더 첨예화하고 있다는 관측에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의 3000억 달러(약 365조 원) 규모 대중국 추가 관세 부과 방침에 중국은 5일 11년 만의 ‘포치(破七)’ 현실화로 보복했다. 이에 다시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응수하는 등 양국의 극한 대립이 벼랑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포치’는 심리적 지지선으로 간주되는 ‘1달러=7위안’이 깨지는 것을 뜻한다. 중국 상하이 역내위안화시장에서 이날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2008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마지노선으로 간주되는 ‘7위안’ 밑으로 떨어졌다. 홍콩 역외위안화시장에서도 위안화 가치가 7위안 밑으로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중국 인민은행이 이날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6.9위안대로 잡는 등 위안화 평가절하로 일종의 대미 보복조치를 취한 것이 중국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양국의 대립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치와 관련해 이날 트위터에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역사상 거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이는 환율조작으로 불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듣고 있나”라며 연준에 대한 불만을 재차 터뜨린 뒤 “이것(환율조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국을 크게 약화시킬 중대한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재무부는 트럼프의 트윗에 이어 바로 이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서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중국이 위안화 절하로 창출한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6일 자국 기업들이 미국 농산물 구입을 중단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달 3일 이후 사들인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부과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전쟁 격화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시 요동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