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없이 청약금으로만 분양받을 수 있는 오피스텔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정부가 각종 규제로 아파트 시장을 옥죄자 수익형 상품인 오피스텔로 돈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곽창석 도시와 공간 대표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수익형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실제로 최근 들어 저금리 영향으로 안정적인 월세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오피스텔에 관심을 갖는 투자 수요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옛 MBC 부지에 들어서는 ‘브라이튼 여의도’ 오피스텔이 평균 26.4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1일까지 이틀간 청약을 진행한 이 오피스텔(849실)에 2만2462명이 몰린 것이다.
특히 20% 우선 배정된 서울 거주자 모집에는 3797명이 신청해 경쟁률이151.88대 1에 달했다. 이 오피스텔 분양가는 3.3㎡당 평균 4305만 원으로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보다 비쌌다. 그런데도 청약자들이 대거 몰렸다.
앞서 지난 달 말 동원건설산업이 청약을 받은 ‘서울 양원지구 동원베네스트’ 오피스텔도 302실 모집에 323명이 청약해 조기 마감했다. 서울 거주자 우선 공급은 2대 1의 이상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오피스텔 거래도 활발한 편이다. 지난 3월 9972건이었던 전국 오피스텔 거래량은 6월 1만1935건으로 늘었다.
이는 오피스텔이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종의 풍선효과라는 것이다.
아파트의 경우 현재 투기과열지구와 청약과열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1순위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청약통장 가입기간 2년 이상, 무주택 세대주이거나 1주택 세대주로 한정되며, 과거 5년 이내 청약 당첨 기록이 없어야 한다.
또 전용 85㎡ 이하 아파트에는 100% 가점제가 적용된다. 정부는 현금 부자들의 ‘줍줍’(줍고 또 줍는다의 약어) 현상을 막기 위해 예비당첨자 비율을 80%에서 500%로 크게 늘리기도 했다.
하지만 오피스텔은 청약통장이 없이도 접수가 가능하다. 청약 당첨되더라도 주택 숫자 산입에 들어가지도 않아 다른 분양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다. 김규정 NH 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정부가 아파트 청약제도를 강화화면서 오피스텔로 발길을 돌리는 수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입지가 좋고 개발 호재가 풍부한 곳에 들어서는 오피스텔은 주거용 뿐만 아니라 1.5룸 등 소형도 적잖은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래미안 용산 더센트럴’ 전용 42㎡ 매매시세는 6억 원 선으로 분양가(4억5520만 원) 대비 1억5000만 원 가량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었다. ‘용산 푸르지오 써밋’ 전용 29㎡도 분양가가 3억3900만 원이었지만 지금은 1억 원가량 오른 4억3000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연 1.75→1.50%)는 오피스텔 시장에 ‘불쏘시개’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오피스텔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은행 이자보다 높은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시중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오피스텔은 입지와 노후 정도 등에 따라 아파트에 비해 수익률이 크게 차이나는 만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상혁 더케이컨설팅그룹 상업용부동산센터장은 “오피스텔은 그동안 공급이 많아 지역별로 양극화가 심한 만큼 입지를 잘 따져 투자하는 게 좋다”며 “교통 여건이나 주요 업무지역까지의 이동 편의성 등에 초점을 맞춰 투자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