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사진>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살인범을 변호한 사람은 살인행위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보수 야당과 보수 언론의 행태를 이같이 일갈했다. “요즈음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이 하는 일들을 보면 어지간히 할 일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며 운을 뗀 그는 “새삼스레 문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일까지 끄집어내어 정쟁의 도구로 삼는 걸 보면요. 변호사 시절 친일파를 변호한 경력이 있으면서도 친일파를 비판한다고 꼬집는게 바로 그 좋은 예지요”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동양척식주식회사에 몸담았던 김지태 전 부일장학회(현 정수장학회) 설립자의 유족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친일파의 재판을 돕는 부역행위를 했다. 문 대통령부터 친일 토착왜구”라고 주장하고, 이를 크게 보도한 보수언론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그는 보수야당의 지적에 대해 세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변호사 시절 친일파을 변호했다해도 전혀 시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미국에서 변호사를 ‘devil's advocate(데블스 애드버킷·악마의 변호인)’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살인범, 강도, 강간범 등 온갖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당연히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친일파를 변호한 사람은 친일파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논리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자면 살인범을 변호한 경력이 있는 사람은 상인행위를 비판할 자격이 없어진다. 살인범, 강도, 강간범을 변호한 경력이 있는 변호사는 이 세상의 온갖 흉악한 범죄행위 그리고 그걸 저지른 사람들에 대해 단 한 마디도 비판의 말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맡은 사건은 김지태 씨의 친일행위 그 자체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친일행위에 대한 시비가 걸릴 것이 아니라 그의 사후 유산 상속과 관련한 법률적 시비가 문제의 본질”이라며 “그 사건과 어떤 사람의 친일행위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
더군다나 그 사건을 당시 문 변호사에 맡긴 사람은 김지태 씨가 아니라 그의 유족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좌제를 적용한다면 모를까, 엄밀하게 말해 친일파를 변호한 사건이라고 말할 수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그 일을 들어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사람들조차 연좌제를 적용해 친일파의 자손 역시 친일파라고 말하면 펄펄 뛰며 이를 부정할 것이 너무나도 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