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연예기획사인 에스엠이 결국 주주 행동주의 요구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에스엠의 답변이 ‘다소 이례적이고 공격적’이라는 평가한다.
에스엠은 31일 오후 장 마감 직전 KB자산운용 측에 ‘문화 강국을 향한 쉼 없는 도전’이라는 제목의 주주 서한에 대한 답변서를 전달했다. 에스엠은 “미래를 향한 계속적인 성장과 이를 위한 투자에 보다 역점을 두었기에 배당정책을 시행하지 않았고, 그런 필요성은 지금도 마찬가지”라면서도 “다만, 주주들의 점증하는 요구를 잘 알고 있기에 배당이나 자사주매입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KB자산운용은 6월 초 현재 ‘제로(0%)’인 배당성향 30%로의 조정과 이수만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 합병 등을 골자로 한 주주서한을 보내고 같은 달 20일까지 주주 서한 답변해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에스엠은 이사회 결정 등을 이유로 이날까지 상세한 방안을 마련해 답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에스엠은 6월 초 주주 서한을 받고 약 2개월이라는 검토 끝에 사실상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회사는 답변서에서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은 외부 전문기관들의 객관적 자문과 철저한 검토를 거쳐 체결된 것”이라면서 “라이크기획은 법인 형태가 아니기에 이는 법률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방안이고, 당사가 그렇게 강요할 권리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라이크기획은 1997년 이수만 총괄이 등록한 개인사업자(100% 지분율)다. 해당 회사는 에스엠 가수들에게 프로듀싱을 해주고, 인세를 받는 사업구조로 지난 19년간 받은 인세는 965억 원(누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적자 자회사 정리 요구에 대해서는 “해당 사업을 하나의 회사를 중심으로 통합 재편하겠다”며 기존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에스엠이 내놓은 이번 답변이 ‘다소 공격적’이라는 평가다. 주주서한을 보낸 주주에게만 답변서를 전달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에스엠은 이번 답변서를 KB자산운용뿐만 아니라 주요 주주들에게도 동시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 관계자는 “해당 답변서에는 다소 감정적인 문구들이 많다”면서 “답변을 요청한 KB자산운용 외에 다른 주주들에게 동시에 답변서를 전달한 것 또한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제 업계에서는 에스엠 지분을 보유한 다른 운용사들이 별도 움직임을 보일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에스엠 지분 7.58%를 보유한 KB자산운용 외에 국민연금(10.01%)과 미래에셋자산운용(5.01%) 한투밸류자산운용(5.00%)도 주요주주로 자리 잡고 있다. 한투밸류운용은 별개로 주주 행동에 나서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밸류운용 관계자는 “당장 액션을 취하는 것은 아니고 다각적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일단 답변서를 전달받은 만큼 해당 내용을 살펴보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