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김모(66) 씨는 퇴직금으로 10년 전 3층짜리 상가주택(점포 겸용주택)을 10억 원에 매입했다. 1~2층에서 매월 꼬박꼬박 월세 수입을 얻을 수 있었고, 3층에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며 제법 편안한 은퇴 후 삶을 누리고 있다. 매매 시세도 현재 25억 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지난 25일 '2019년 세법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김씨는 이 건물을 팔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그는 “그동안 상가주택이 고정적인 월세 수입을 보장해준데다 시세도 많이 뛰어 자식 못지 않은 효자노릇을 해왔는데, 갑자기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사라진다고 하니 2022년 이전에 팔아서 비과세 혜택을 받을지, 말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고가 상가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핀셋 과세' 방안을 내놓으며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상가의 공실률이 늘고 분양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정부가 내놓은 2019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9억원 이상 상가주택의 경우 과세특례 적용 기준이 바뀌면서 양도소득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상가주택으로 불리는 상가 겸용주택은 그동안 주택의 면적이 상가보다 큰 경우만 전부 주택으로 간주해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과 최대 80%에 이르는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나온 세법개정안 대로라면 오는 2022년부터 양도하는 상가주택은 주택과 상가를 따로 구분해 주택 부분에 대해서만 1주택자 비과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주고, 나머지 상가 부분은 비과세 혜택에서 빠져 양도세를 부과하게 된다.
◇내년 이후 상가주택 매물 쏟아질 수도
서울의 강남구 가로수길이나 논현·역삼동과 마포구 연남동 등 일대의 단독·다가구주택 소유주들은 최근 상권이 커지면서 저층을 상가로 개조하고 상층은 주택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고 이번 세법 개편으로 양도세까지 늘면서 세금 부담이 커지게 됐다.
심지어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 증가로 상가주택 인기도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상가정보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주요지역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은 평균 11.0%로, 지난 해 4분기(11.4%) 대비 0.4%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때문에 당장 시장에 영향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상가 임대차 계약 등이 도래할 경우 상가주택 소유주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내년 이후 상가주택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혁 더케이컨설팅그룹 상업용부동산센터장은 “당장 양도세 과세를 피해 2022년 이전에 많은 매물들이 시장에 나올 것 같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세금 전가 현상이 만연하면서 상권이 살아있는 곳에 위치한 상가주택의 경우 몸값이 뛸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은 건축주들이 세법을 고려해 상가주택을 지을 때 주택의 면적을 더 크게 짓는 것을 선호해왔으나 앞으로는 그런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과세 규정 어긋나... “제도 보완해야”
세무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고가주택 비과세 규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12억 원에 거래된 상가 겸용주택의 경우 주택가액이 7억 원이고 주택외 부분이 5억 원일 경우 주택부분만 비과세되고 주택외 부분 5억 원만 과세가 된다면 결국 비과세대상 거래가액은 7억 원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수남 세무법인 다솔 대표세무사는 "주택과 주택외 부분을 합해서 9억 원 이하일 경우는 전체가 비과세되는데 9억 원을 초과했다고 주택외 부분이 과세가 된다면 문제가 발생한다"며 "주택과 상가를 합해 9억 원까지는 주택으로 인정되고, 9억 원을 초과하는 상가부분만 주택 외로 판단되도록 계산식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세무사는 “주택과 주택 외의 주상복합건물로서 9억 원을 초과한 경우 2021년 12월 31일 이전에 양도해야 절세 혜택을 볼 수 있으므로 처분 시기를 잘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