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24일 “채권입찰제 도입을 검토한 적이 없고 내부에서도 (채권입찰제는) 분양가 상한제보다 더한 조치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어디에서 도입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지만 채권입찰제는 애초부터 검토도 하지 않았다”며 “현행 규정상 민간택지에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관련법을 손봐야 하는데 분양가 상한제보다 심한 규제안인 채권입찰제가 나올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택 채권입찰제는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저렴해 시세 차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이 차액을 채권으로 흡수해 시세 차익 일부를 환수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경우 분양가에 채권 매입가격을 더한 ‘실질 분양가’는 주변 집값과 비슷해지게 된다.
결국 채권입찰제는 시세 차익의 사유화를 막는 장점이 있지만, 수요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지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채권입찰제가 시행됐을 때 인기 지역의 경우 대다수 청약자는 상한을 채워 채권입찰액을 써냈다. 지난 2006년 8월 판교신도시 1차 분양 당시 이 지역 중대형아파트 청약자 12만7000여명 중 86%에 달하는 10만9000여명이 채권상한액을 채워 써냈다.
곽창석 도시와 공간 대표는 "채권입찰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분양가가 더 높아질 수 있다"며 "이는 수요자들의 분양가 부담을 완화한다는 상한제 시행 취지와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도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언급한 것만으로도 재건축ㆍ재개발 시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는데 채권입찰제까지 도입된다면 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등은 이달 초부터 수차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겠다고 언급했지만 당·정·청 협의 단계에서 논의가 멈춰선 상태다.
정부로서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사실상 마지막 규제 카드인 분양가 상한제와 채권입찰제까지 시행한 후에도 집값이 오를 경우 정부로서는 더이상 내놓을 마땅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가 엄포만 놓고 시장 추이를 살핀 후에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을 꺼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