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전 장관 "日 수출규제로 韓 복합위기 직면…경제정책 전면 전환해야”

입력 2019-07-2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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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한일관계를 통해 본 우리 경제 현황과 해법 특별대담' 개최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외교적인 노력은 물론 경제 정책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제재의 여파가 제조업 중심 실물경제 약화와 겹치면서 한국 경제의 복합 위기가 우려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소재부품산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추진하는 동시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은 23일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한일관계를 통해 본 우리경제 현황과 해법 특별대담’에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대외 신인도 저하와 국내 경제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글로벌 분업 구조의 조속한 복원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 부품소재산업의 육성을 위한 기초과학분야나 원천기술의 육성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윤 전 장관은 2009년 2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정책책임자로 경제위기를 속도감 있게 헤쳐 나갔으며 재직 당시 한국은 경제위기를 가장 빨리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국제 사회의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장관은 일본발(發) 위기는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결이 다르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는 유동성의 위기로 금융과 외환의 정상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었던 반면, 이번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실물경제의 약화와 겹치면서 복합적인 위기로 이어져 그 회복이 쉽지 않으리라고 진단했다.

윤 전 장관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외적으로는 일본과의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를 철회시키는 노력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내적으로는 소재부품산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 전략의 추진과 함께 현 경제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의 일괄단축, 정규직 전환 등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동북아 지역은 글로벌 분업 체제가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중·일 동북아 경제 공동체를 구상해 볼 것”을 제안했다.

이날 특별대담에 참여한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 원장은 정부가 책임지고 특별법을 통해 기업과 정부 참여하는 재단 조성해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원장은 2013년부터 4년간 외교 관련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의 수장으로 최장기 재직한 한일관계 전문가다.

윤 전 원장은 한일관계가 악화되는 구조적 원인을 한일간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변화와 아베정권의 역사관에서 찾았다.

그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 내 압류된 일본기업 재산을 현금화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 일본경제보복이 격화되고 한일경제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하루빨리 신뢰할 수 있는 외교채널을 가동해서 한일 양국이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전 원장이 제시한 해결방안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은 유효하다는 점을 인식하되, 국가간 조약으로 개인 청구권을 현실적으로 일본에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특별법을 통해 정부와 함께 기업들이 참여하는 재단을 조성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보상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기업이 도의적 책임을 느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한일관계의 악화를 알리는 신호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사전 조치가 부족했다는 지적 또한 나왔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일본의 조치에 대해 갑작스럽다는 여론이 있지만 지난 4월 전경련에서 개최된 한일관계 진단 세미나에서도 집권당인 자민당이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언급이 있을 만큼 오래전부터 심각한 상황을 알리는 신호가 여러 번 있었는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아쉽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 수출규제로 우리 기업과 한국경제가 엄중한 시기를 맞게 된 만큼, 이번 대담이 대내외 위기극복의 경험을 되새기고 미래를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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