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사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한미경제연구소(KEI)이 공동 주최한 비공개 세미나 참석차 미국 방문 중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사는 미국 내 전·현직 관리들과 만나 일본 경제보복에 대해 설명했다면서 “초기엔 (미국 측이) 중립 유지에서 (지금은) 우려를 넘어서서 심각하다는 인식에 도달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미국 인사들이 이 상황을 무역분쟁이라고 하던데 이것은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경제보복 조치에 따라 벌어진 한일간의 경제전쟁이라는 얘기를 했다”며 “이번에 일본 정부가 취한 행동은 상당한 기간 쌓여온 과거사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하는 한일 간 투트랙 원칙을 허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또 이 전 대사는 이번 만남에서 미 측의 해법 제시나 역할을 요청하는 자리가 아니라 단순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만남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하게 되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는 악화된 상황으로 가서 우리 기업은 물론, 일본과 미국 기업들에도 손해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이 전 대사는 “일본이 노력을 해줘야 한다”며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고 원상회복을 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가 일본이 요구한 제3국을 통한 중재위 구성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그는 “우리 정부도 안 된다는 건 아니었다. 심각하게 검토했다”며 “현재까지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인데 중재위 해법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민과 강제노역 피해자들께서 공감을 표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 동석한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일본 경제보복에 따른 한국 피해 규모에 대해 “(수출규제조치가) 작동되면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잠정적으로 우리 반도체가 10% 정도 생산 감소 시 정확하진 않겠지만 대략 GDP(국민총생산) 0.27%에서 좀 더 넘는 수준까지도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아직은 미국 기업이 피해를 봤다는 곳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영향이 간다”며 “미 기업의 불평 목소리가 나오면 (미 정부의) 조치가 나올 것이다. 미국도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