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소재에 이어 탄소섬유를 수출규제 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올 초부터 사우디 아람코와 관련기술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탄소섬유 개발에 대한 의지가 일찌감치 일본의 수출규제를 앞서가고 있는 셈이다.
15일 자동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차 수출규제 품목에 탄소섬유를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NHK는 지난 8일 “한국정부의 개선 움직임이 없다면 규제강화 대상을 탄소섬유와 다른 품목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현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향후 자동차 산업에서 탄소섬유는 없어서는 안될 주요 소재다.
탄소섬유의 무게는 철의 25% 수준에 불과한 반면, 강도는 철보다 10배 강하다. 친환경 자동차는 물론 양산차에도 속속 탄소섬유 기술이 접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주요 수출국의 안전기준(미국)과 연비규제(유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 가볍고 안전하며 연비를 줄일 수 있는 차체 기술이 절대적이다. 탄소섬유가 이런 숙제를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인 셈이다.
독일 BMW는 최근 일부 고성능차에 탄소섬유를 이용한 강화 플라스틱 차체를 도입하고 있다.
현재 자체적으로 탄소섬유 개발기술과 개발능력을 지닌 자동차 메이커는 독일 포르쉐와 BMW 등 일부 유럽 메이커에 불과하다. 일본 완성차 회사가 특정 고성능 모델을 중심으로 무게를 줄이기 위해 탄소섬유 보디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현대기아차 역시 탄소섬유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이미 대책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방한한 사우디 무함마드 왕세자는 경제협력단을 함께 꾸려 우리나라에 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이를 계기로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와 수소에너지 및 탄소섬유 개발협력 강화를 골자로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를 통해 현대차는 사우디 내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를 추진한다.
사우디 아람코는 저비용 탄소섬유(CF)와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CFRP)의 광범위한 제조 및 활용기술을 두고 현대차와 협력한다.
구체적으로 CFRP 기술이 도입되면 모노코크 보디의 △차체 프레임과 △서스펜션 구조물 △보디 패널 △안전강화 프레임 등을 탄소섬유로 대체할 수 있다.
차체는 더욱 견고해지는 동시에 무게는 가벼워져 안전기준 충족과 연비 개선, 배출가스 기준 등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개발은 사실상 이미 시작된 상태다. 정 부회장과 아람코 측의 MOU는 지난달에 맺어졌지만 양사의 협업은 이미 올해 초부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고위 임원은 “아람코와 MOU 체결은 6월에 이뤄졌지만 연구개발본부 차원에서 이미 올해 초부터 아람코와 협업 분야를 모색해 왔다”며 “초기에는 고성능 모델의 보디 패널을 시작으로 탄소섬유 도입을 확대하고, 점진적으로 다른 모델까지 기술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탄소섬유 협업 관련 MOU 직후 “아람코와 현대차의 협력관계는 기존 사업뿐만 아니라 미래 신사업에 대한 협력관계까지 의미한다”며 “이번 MOU가 양사 간 전략적 협력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