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민의 유일한 발이던 대한·대동운수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영원히 멈출 뻔했다. 회생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불거지면서 회생은 고사하고 시민들의 신뢰만 추락했다. 그 끝자락에서 차고지를 시에 넘겨서 받은 돈으로 빚을 일부 상환하고, 이제는 협동조합 품에서 다시 시작한다. 다를 것 없는 두 법인이 하나로 운영되는 독특한 운영방식도 이로써 끝이다. 대한·대동운수, ‘춘천시민버스’란 이름으로 다시 춘천 시내를 누비면서 잃어버린 것들을 회복할 수 있을까.
2019년 4월 11일, 대한·대동운수 노사가 극적으로 노동쟁의 조정안에 합의한다. 다행히 파업은 없었다. 대한·대동운수가 운행을 멈추면 그대로 시민의 발은 묶인다. 대한·대동운수는 춘천시의 유일한 대중교통이라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노조는 약 27만 원에 해당하는 임금 인상분을 비롯한 여러 가지를 받았지만 시민들의 눈살도 받아야 했다. 당시는 대한·대동운수가 125억7000만 원의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고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겨우 3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서울회생법원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대한·대동운수는 신규 노선의 승객 감소로 인한 적자가 누적되고, 2016년께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해 자금 유출이 컸다. 여기에 춘천시가 보전하는 환승적자도 60%만 보전돼 부채가 산더미로 불어난다. 대한·대동운수가 기업회생을 찾은 건 사실상 시간문제였다.
회생절차가 시작된 이후 2018년 3월에 제출된 조사보고서에서 두 회사는 모두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를 초과한다. 쉽게 말해 살리는 것보다 처분하는 게 더 이익이라는 의미다. 이 경우 회생법원은 회생절차를 폐지하고 회사는 폐업 수순을 밟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대중교통이라는 공익적 측면이 고려되고, 무엇보다 유일한 버스업체라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는 않았다.
독점 업체는 대안이 없기 때문에 노조는 사측과의 교섭에서 유리한 지위가 부여된다. 부채가 관리되지 못한 채 운영되면서 좀비기업을 낳기도 한다. 거듭된 적자에도 불구하고 대한·대동운수가 유지될 수 있던 배경 중 하나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던 시민들 처지에선 이들 노조의 요구가 반가울 리 없다.
춘천시민 윤모(28) 씨는 “배차 간격이나 노선 등 모든 부분에서 (대한·대동운수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특히 어르신들이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그분들 불만이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생절차 과정에서 노사 임금 투쟁으로 ‘눈살’ = 물론 노조의 요구도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 단축근로제가 시행되면서 기사들의 임금이 줄었고 이에 대한 임금보전이 필요했다. 문제는 시장이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버스운영 비용은 고정되지만, 이용하는 시민은 지속해서 줄어든다. 업계는 춘천뿐 아니라 전국적인 추세라고 설명한다. 특히 시내버스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적자사업임에도 시가 적자를 보전하면서 운영된다. 전국적으로 버스 준공영제, 완전공영제 등의 요구가 불거지는 이유다. 대한·대동운수는 전국에서 그 파국을 가장 먼저 맞이했을 뿐이다. 결국 노사 간의 갈등도 운수업체의 본질적인 위기에 따른 결과인 셈이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대동운수지부 한규현 위원장은 “춘천 시내에 시민들은 유출되고 있고 젊은 사람들은 승용차를 타는 추세인 상황에서 실제로 버스를 타는 인원은 5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적자는 불가피한 것을 떠나 당연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기업회생 신청 후 회생안은 채권단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고, M&A가 결정된다. 이들이 6개월간의 시간을 소요하면서 만든 회생계획안은 업체가 회생채권의 40%를 현금으로 변제하고 나머지는 차고지를 매각해 갚는 내용이다. 향후 적자노선을 정리하는 방안을 포함해 손실보전금을 감축하는 내용도 담겼다.
대한·대동운수는 처음 인천시의 버스업체에서 인수 제안이 들어왔으나 무산된다. 일부 노조원의 반대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업체와 비슷한 인수 금액(78억 원)을 제안한 춘천녹색시민협동조합이 최종 인수자로 확정된다. 협동조합이 인수자가 된 첫 번째 사례다. 춘천시가 차고지를 매입하는 대가로 마련된 48억 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인수금액은 30억 원이다.
녹색시민협동조합이 인수자로 결정된 이후 노조 내부에서 반발도 있었다.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과 동시에 매각이 무산될 뻔했지만, 대한·대동운수가 이를 거절하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까지 가야 했다. 결국 그해 10월 19일 관계인집회에서 협동조합을 인수자로 하는 회생계획안이 통과된다.
회생계획안이 통과된 직후 녹색시민협동조합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운수회사는 주식회사 지분을 소유한 주주다. 협동조합은 인수권자일 뿐 운영자가 아니다”라며 “운수회사의 경영진을 공개적으로 선정하고 사장도 공개채용을 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중교통에 대한 재정지원이 축소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대중교통을 협동조합 협업의 취지에 맞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설명했다.
대한·대동운수는 3개월 후인 1월 말 1년 만에 회생절차가 종결된다. 녹색시민협동조합이란 새 법인의 자본금은 15억 원. 대한과 대동운수 각각 자본금 7억5000만 원을 합한 금액이다. 노선은 단순화되고 운행의 80%를 차지하는 주요 노선 배차 간격도 기존보다 절반가량으로 대폭 축소된다. 감차 및 노선 정리를 하면서 임직원의 감소는 없었다. 오히려 내년부터 일괄 적용되는 52시간제 대응을 위해 추가 인원을 모집 중이다.
독점인 노선도 마을버스 도입으로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시내노선은 14개의 지선과 4개의 간선으로 나뉘어 105대를 가지고 운영된다. 32개 춘천시 외곽 노선은 세 권역으로 나뉘어 마을버스로 운영된다. 시가 버스 구입비의 80%를 지원하고 버스 연료비, 인건비 등을 포함한 운송수지 적자를 보전하기로 했고 1·2권역은 대한·대동운수에, 3권역은 뉴코리아관광에 돌아갔다. 9월부터는 변경된 노선으로 개편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시민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의 설명회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대한·대동운수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춘천시민버스란 새 로고로 전면 교체가 되면 춘천시 어디에서도 대한, 대동의 글자를 볼 수 없게 된다. 60년의 세월은 이제 과거에 남기고 협동조합이 주인인 시민버스로 재탄생하면서 버스는 다시 달린다. 실질적인 부채는 상환했으나, 그 과정에서 시민들에 대한 부채는 아직 상환되지 않았다. 빚을 남겼던 대한·대동운수, 이름을 바꾼 춘천시민버스가 갚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