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선보인 ‘베뉴(Venue)’의 사전 론칭 광고에는 베뉴가 등장하지 않는다.
광고에는 자동차의 모습 대신 고양이, 낚시, 침대 등이 등장한다. 모두 ‘혼자서 즐기는 일상’에 관련된 장면이다.
이처럼 현대차는 ‘혼라이프’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소형 SUV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혼밥·혼술 등 혼자서 즐기는 삶에 최적화한 차가 베뉴라는 것이다.
11일 경기도 용인시 더 카핑에서 베뉴 시승 행사가 열렸다.
이날 시승은 더 카핑에서 출발해 경기도 여주시 소재 썬밸리호텔까지 가는 구간에서 진행됐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두루 체험할 수 있는 72km 상당의 경로다. 기자는 풀옵션이 갖춰진 1.6 가솔린 모델 모던 트림을 운전했다.
우선 베뉴의 첫인상은 '다부짐'이다. 전체적으로 차체가 작지만 단단한 인상을 준다.
전면부 상단의 날렵한 방향지시등과 하단에 배치된 사각형 모양의 LED 주간주행등이 강렬한 인상을 더한다.
다만, 전면부의 캐스케이딩 그릴은 다소 아쉽다. 철조망을 연상시키는 격자무늬는 팰리세이드처럼 보다 큰 SUV 모델에 어울릴 법하다.
렌티큘러 렌즈가 갖춰진 후면부 램프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패턴으로 반짝거려 개성을 더한다.
내부 공간은 생각보다 여유가 있다.
운전석에 앉아보니 키가 182cm인 기자의 머리 위로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나온다. 1585mm에 달하는 베뉴의 전고 덕분이다.
이는 상위급 차종인 코나의 전고(1550mm)와 비슷한 수준이다.
뒷좌석 역시 넉넉하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앞 좌석 시트에 무릎이 닿지 않는다.
트렁크 공간도 위와 아래로 분리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활용성을 높였다. 부피가 큰 물건을 실을 때에는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내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8인치 내비게이션은 큼직한 화면을 자랑하고 공조 콘트롤 역시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조수석 앞에 있는 작은 수납공간은 지갑이나 스마트폰 등을 놓기에 적합하다.
주행 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베뉴는 스마트스트림 G1.6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123마력을 확보했다. 액셀을 밟을 때 가속감이 나쁘지 않고 브레이크도 즉시 반응한다.
고속도로 진입 후 운전모드를 스포츠로 설정하자 주행 성능에 변화가 느껴진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가속 시 차체가 앞으로 톡 튀어 나가는 느낌이 강해진다. 시속 130km까지 가속하는 데에 무리가 없다. 다만 고속 주행 시 들리는 풍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베뉴가 기본사양으로 갖춘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도 유용하다.
차로 이탈방지 보조 시스템은 곡선 도로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손을 13초 정도 떼니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 문구가 뜬다.
하지만 시속이 60km 이하로 내려가면 순식간에 시스템이 풀리고, 파란색으로 표시된 버스전용차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때도 있어 긴장을 놓을 수는 없다.
‘나만의 자동차’ 콘셉트를 강조하는 베뉴답게 차를 선호에 따라 꾸밀 수 있다. 지붕 색상을 외부와 달리할 수 있는 ‘투톤 루프’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시승장을 메운 100여 대의 베뉴는 각기 다른 색 조합을 뽐냈다. 골라 만드는 재미가 있다.
현대차는 베뉴를 내놓으며 팰리세이드-싼타페-투싼-코나로 이어지는 SUV 제품군을 완성했다. 베뉴는 막내 격이다. 그럼에도 베뉴는 '갖출 건 갖춘 막내'다.
무엇보다 자동차만큼 혼라이프라는 콘셉트 홍보에 집중한 현대차의 전략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어 보인다.
이광국 부사장은 베뉴의 이름에도 이 콘셉트가 담겨있다고 했다.
팰리세이드·투싼·싼타페·코나는 모두 미국의 휴양지 도시 이름에서 따왔지만, 베뉴는 영어로 ‘공간’이라는 뜻이다. 결국, 베뉴와 함께 하는 모든 장소가 개인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베뉴의 가격은 △스마트 1473 만원(M/T, 수동변속기), 1620만 원(IVT, 무단변속기) △모던 1799만 원 △플럭스(FLUX) 2111만 원이다.
기아차 모닝의 최상위 모델 '프레스티지'의 가격이 1445만 원임을 감안하면 경차 가격으로 소형SUV를 살 수 있는 셈이다.
작지만 야무진 베뉴는 혼라이프를 즐길 당신만의 공간(Venue)으로 손색이 없다.